내년 12월19일 제17대 대선에는 420만 명이 새로 한 표를 행사한다. 이른바 새 대선세대다.
지난 대선 투표율(57.9%)을 기준으로 해도 243만 명이 대선에서 투표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만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과거 대선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이기 때문에 이들의 선택은 지방선거와 다음 대선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처음으로 새 대선세대의 정치사회의식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본보가 그 동안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와 비교하면 새 대선세대의 인식은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새 대선세대는 북핵 문제와 전략적 유연성 등 민감한 안보현안에 대해 ‘미국=우방, 북한=적국’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확실하게 벗어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론은 한미동맹보다 훨씬 우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었다. 반면 주한미군의 해외 분쟁지역 이동에는 중립을 취해야 한다는 현실적 입장이었다.
북핵 문제와 관련,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시설을 폭격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바람직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새 대선세대의 47.7%는 ‘북한 편에 서서 미국의 폭격 중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미국 편에 동참해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는 응답은 11.6%에 불과했다. 중립(40.7%)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을 감안하더라도 한반도에서의 전쟁만은 절대로 안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인식은 성별ㆍ직업별ㆍ출신지역ㆍ이념성향 등과 무관하게 전체적으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지지정당과 관련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지지자 중에는 ‘북한과의 연대를 통한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각 51.1%, 55.6%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미국과의 공동보조(21.0%)를 선택한 응답자가 다른 정당에 비해 많은 반면 공격 중단 요구(40.0%)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급변사태가 발생, 주한미군이 대만 지원을 위해 이동할 경우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대해 새 대선세대는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으니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는 데에 절반이 넘는 56.2%가 동의했다. 새 대선세대가 국제사회의 세력관계를 고려,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현실적 선택으로 중립 선언을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분쟁에 휘말릴 수 있으니 반대해야 한다’는 답변은 16.8%, ‘한미동맹 차원에서 협력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21.9%에 그쳤다.
중립 의견은 화이트칼라(65.1%), PK지역(64.5%), 민노당 지지층(73.0%)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한미동맹 차원의 협력ㆍ개입은 고교ㆍ재수생(30.8%), 강원지역(29.0%), 한나라당 지지층(34.0%)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 우호관계 가장 중시해야 할 나라는 '중국'
새 대선세대는 앞으로 가장 비중을 두고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할 나라로 중국(39.5%)을 꼽았다. 미국(18.4%)과 북한(18.0%)이 엇비슷한 선호도를 보이며 2,3위를 차지했다.
일본(6.3%)은 비록 아세안(3.8%), 중동(2.7%)을 앞서긴 했지만 EU(8.1%)보다 떨어지는 등 새 대선세대의 평가에서 한참 밀려났다.
이 같은 결과는 본보의 20세 이상 성인남녀 대상 신년조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기성세대는 미국(48.0%)을 가장 중시했고 중국은 36.5%로 두 번째였다.
새 대선세대가 미국과 같은 비중으로 중시한 북한의 경우 기성세대의 선호도는 6.7%에 불과했다. 새 대선세대가 전통 우방인 미국 중심의 대외정책을 당연시하는 기성세대와는 상당히 다른 외교관을 갖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새 대선세대의 중국 선호는 이념성향이나 지지정당, 출신지역 등과 무관하게 나타났다. 그 이유는 한중간의 경제ㆍ문화교류 확대 외에도 중국의 6자회담 주관, 급속한 경제발전, 2008년 올림픽 개최 등 세계무대에서 발언권을 키워온 것에 주목한 결과로 보인다. 지정학적으로 인접한데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큰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 대해 미국과 비슷한 정도로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나온 저변에는 과거 냉전교육과 달리 이들의 경우 국민의 정부 시절 중ㆍ고교를 다니며 햇볕정책 등 우호적인 남북관계에 대한 교육을 받은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또 평화적 통일(54.1%)을 가장 많이 지지하면서도 ‘평화공존만 가능하다면 나뉘어 각자 살아도 된다’(35.0%)와 ‘사회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안되는 것이 더 좋다’(7.4%)고 생각하는 등 기성세대와 달리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접근했다.
대북지원 규모에 대한 입장도 비슷하다. 1조2,200억원으로 국민총소득(GNI)의 0.16% 수준인 올해의 대북지원 규모에 대해 ‘적정하다’는 응답(46.2%)이 가장 많은 가운데, 확대(20.7%)보다는 축소(28.1%) 요구가 좀 더 많았다.
물론 중단을 요구하는 응답은 5.0%에 그쳐 대북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가 공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 새 大選세대 "한국 미래 잘될 것" 43%
"한국의 미래는 밝다. 나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미래를 보는 새 대선세대의 전망은 힘찼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아주 잘될 것'(4.2%), '잘될 것'(38.4%)이란 긍정 답변이 42.6%나 됐다. '보통'이란 답변도 41.7%를 차지했지만 '잘 안될 것'(15.2%),'아주 잘못될 것'(0.5%)이란 부정 답변은 15.7%에 그쳤다.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는 훨씬 자신감이 넘쳤다. '귀하의 장래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새 대선세대의 67.4%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48.7%가 '잘될 것'이란 답변을 한 가운데 '아주 잘될 것'이란 답변이 18.7%였다. 이에 반해 '잘 안될 것'이란 회의적 답변은 7.2%에 그쳤다.
긍정 전망은 두 경우 모두 진보성향이나 적극 투표 의향자,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의 올해 소망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학생들은 '진학과 학업성취'(30.5%)를 가장 큰 소망으로 꼽았으며, 구직자들은 '취업'(17.3%)을, 직장인들은 '경제적 안정'(18.8%)을 선택했다.
'연애'(12.8%)와 '본인과 가족의 건강'(9.2%), '가정의 화목'(4.4%) 등은 직업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장래 희망에 대해서는 최근의 세태를 반영하듯 '기업CEO'가 16.2%로 가장 많았으며, 고위공직자(14.0%),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13.7%), 교사(10.5%) 등의 순이었다.
반면, 통상적으로 높게 나오던 교수(3.0%), 과학자(2,4%), 연예인(1.5%) 등의 비율은 낮았으며, '특별히 되고 싶은 것이 없다'는 응답도 4.5%나 됐다.
■ 새 大選세대 "난 진보적" 50% "보수" 21%
새 대선세대는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매우 진보적”이란 답변이 7.5%, “다소 진보적”은 42.6%로 나와 응답자 중 50.1%가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믿고 있었다. “다소 보수적”과 “매우 보수적”은 각각 20.8%와 0.3%였다. 28.8%는 “중도”라고 답했다.
본보의 20세 이상 성인남녀 대상 신년조사에서는 진보가 33.2%, 보수 28.9%, 중도 37%로 나왔다.
본인과 부모의 정치성향과 지지후보가 일치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일치한다”는 답변이 38.8%로 “일치하지 않는다”(11.2%)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때에 따라 다르다”는 50%였다. “일치한다”는 응답은 한나라당 지지층(60.4%)과 보수 성향(41.2%), 호남(45.9%), 대구ㆍ경북(43.1%) 출신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편 새 대선세대는 사회발전에 가장 기여하는 집단으로 시민단체(37.9%)를 가장 많이 꼽았고, 대기업(20.1%) 중소기업(16.5%) 언론(5.9%) 순이었다. 청와대는 1.1%에 그쳤다. 성인대상 신년조사 땐 대기업이 44.6%로 1위를, 시민단체는 12.3%로 3위에 그쳤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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