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 두 녀석만 강릉 할아버지댁에 보낼 때가 많았다. 어느 해 여름 우리나라 비행기가 해외에서 큰 사고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다음날 아이들을 비행기에 태워 강릉으로 보냈다.
떠날 땐 전혀 그런 기색을 않더니 도착한 다음에 오히려 큰 녀석이 저희들끼리만 그렇게 온 것을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연신 전화통에 불이 났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어제 보았던 사고가 너무도 강렬하게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런 비행기도 엄마아빠와 함께 탔다면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연세 많으신 어른들 가운데도 집에서 멀리 나오는 것을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봄이고 가을에 모처럼 밖으로 모시고 나오면 꽃구경도 단풍 구경도 다 싫고,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하신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제 본 사고 영상에 사로잡히듯 이 어른도 전에 들은 나쁜 소문들이 자꾸 연상되어서라고 했다. 혹시 이렇게 멀리 나와서 나를 두고 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자꾸 집 재촉을 하시는 거라고 했다. 봄은 저만치 오고 있는데, 그 얘기로 어제는 마음이 밝지 못했다.
소설가 이순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