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법대 교수들이 드디어 거리에 나섰다. 국회 앞에서 시위도 하고 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로스쿨 법안이 법학교육의 개혁은커녕 법학교육과 국가의 법률서비스 시스템을 망친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무늬만 로스쿨’이니 ‘엉터리 로스쿨’이니 하는 비판이 거세다. 종래 로스쿨 전환에 반대하던 교수들이나 찬성하던 교수들이나 모두 하나같이 반대하고 있다.
●법조개 이익위해 정원 제한
이런 와중에 전국의 법과대학은 로스쿨 인가의 기준을 맞추기 위하여 건물을 새로 신축하기도 하고 법학교수를 충원하기도 한다. 인가를 받기 위해 온갖 로비도 한다. 로스쿨 설립조건을 충분히 충족시켜도 로스쿨은 정부가 전국에 몇 개만 인가해주는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법학교육이니 사법개혁이니 하며 떠벌리고 로스쿨로 전환하면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고 하던 대법원의 사법개혁위원회와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왜 정부로 하여금 로스쿨은 몇 개로만 한정하여 인가하도록 했을까? 여기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
현행 법안은 국가가 로스쿨의 졸업생 수를 일정수 이상이 되지 못하게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는 순전히 매년 배출되는 법률가의 수를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다.
매년 일정수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되면 현재 변호사의 밥그릇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규 경쟁자들의 진입을 극구 막으려는 법조실무계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다. 진실로 사법개혁을 한다면 국민의 개혁기구를 만들어야 할텐데 대법원에 사법개혁위원회를 만들 때부터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로스쿨로의 전환의 결과를 제대로 가져오기 어렵다. 한정된 로스쿨 입학시험이 또 하나의 입시가 되고, 전국의 대학은 치열한 로스쿨 입학시험장으로 변질되어 대학교육은 더욱 왜곡된다.
한정된 로스쿨은 순전히 매년 1,000여명 정도의 법률가를 가르치는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법학은 사회와 시민에 봉사하는 학문이 아니라 소수의 특권 법률가들의 직업을 위한 학문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인가를 받기 위한 대학의 과잉투자는 결국 대학의 불실을 초래할 것이다.
로스쿨 전환은 미국의 로스쿨을 벤치마킹하는 것인데, 이러한 전환은 미국과 같은 법률가들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하고 미국과 같은 법률시장구조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법안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교육시장도 개방된다.
중국도 현재 법이론은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유민주주의이론과 자본주의경제이론으로 돌아섰다. 시간이 지나면 한국의 로스쿨보다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법대로 유학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환경과 세계의 흐름을 조금만 인식해도 지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법안을 놓고 한심한 논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조건 충족땐 모두 인가해야
진정한 로스쿨로 가려면 설립조건을 충족시키는 대학은 모두 로스쿨로 전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매년 법률가를 얼마나 배출해야 하는 것인가는 시장원리에 따라 정해진다. 법률시장과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변호사 수를 가지고 따지는 것은 전혀 의미없다. 문제는 국민에 대한 서비스구조와 국가에 법률가를 충원시키는 영역을 확충하는 것이다.
사법개혁의 본질은 법원의 개혁인데 이는 뒷전이고 로스쿨로의 개혁만을 밀어부쳤기 때문에 이 일에 관여한 사람들은 이에 대한 비판을 반개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주관적인 오기일 뿐이다.
법학교육과 법률가충원시스템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개혁하려면 진정한 로스쿨로 가든지 아니면 현재의 학부과정을 강화하고 사법시험제도를 고쳐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로스쿨을 대학원과정에 두느냐 아니면 학부과정에 두느냐 하는 정책적 선택의 문제만 남는다. 부디 다시 한번 돌아보고 진정한 개혁의 길로 흐름을 바로잡기 바란다.
정종섭<서울대 법대 교수< p>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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