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하루 바짝 추웠다. 그날 서울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이런 날 바람까지 불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진다. 그런데도, 그런 기습 추위와 맹추위 속에서도 봄은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아마 이번 주말쯤이면 곳곳에서 매화 꽃잎 터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얼굴 활짝 연 곳도 많다.
나는 많고 많은 봄꽃 중에 명자꽃이 참 좋다. 지금은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붉은 꽃봉오리들이 굵은 수수알처럼 가지마다 맺혀 있다. 어느 순간 붉은 꽃이 확 피어나면, 화려하다는 생각보다 그 붉은 색이 어딘지 모르게 애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산수유도 동글동글 노란색 꽃망울로 봄을 준비한다. 피어나면 꼭 카스텔라를 담은 그 꽃을 우리 집 아이 하나는 산수유라고 부르지 않고 꼭 ‘할아버지 댁 카스텔라 꽃’이라고 부른다. 어느 봄에 가서 그 꽃의 만개를 본 것이 여태도 인상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봄은 정말 들불 같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화들짝 하고 온 산천을 꽃으로 다 태운다. 고향집 마당가의 매화도 이미 꽃을 피운 가지들이 있다고 했다. 나이를 먹어도 그런 소식이 어린아이들처럼 반갑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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