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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기 지금] '괴물' 7월 개봉 앞둔 봉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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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기 지금] '괴물' 7월 개봉 앞둔 봉준호 감독

입력
2006.02.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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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년 만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 사이가 그러더니, 이번에도 그 시간을 꽉 채운다. 3년 터울을 작정했나. 불과 두 편인데도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훨씬 크게 느낀다. ‘살인의 추억’ 덕이다. 봉준호 감독은 사람들이 이런 착각을 하건 말건 여전히 느릿느릿 엉뚱한 상상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서른 일곱 살의 청년이다. 그 상상 때문에 겪는 마음 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모두 첫마디가 “무슨 괴물이냐” 였다. 충무로 제작자들은 물론 고교와 대학 친구들까지. “왜, 하느냐”는 반문은 그나마 나았다. “너도 이무기 영화냐” “어린이 영화냐”며 조롱했다. ‘살인의 추억’의 감독이 한다고 하니까, 더욱 그런 반응이었다. 하긴 ‘살인의 추억’ 때도 그랬다.

지금은 ‘슈퍼스타 감사용’ ‘실미도’ ‘말아톤’ 이 있어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때만 해도 달랐다. “실화를 왜 영화로 하냐” “범인도 안 잡힌 사건이 영화가 되냐” “차라리 다큐를 찍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리틀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 은 좋게 생각하면서도 왜 그것이 ‘한국영화로는 안 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솔직히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한 감독으로 연결짓기란 쉽지 않다. “같은 맥락이다.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이라는 아주 장르적이면서도 그 분위기에 빠지지 않고 실재 사건과 충돌하면서 80년대 한국 현실을 돌이켜 보았다. ‘괴물’ 역시 강한 장르적 흥분, 이를 테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하는 원초적 호기심과 시각적 쇼크를 현실 공간에 놓음으로써 ‘여기 우리 지금 이렇게 산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때문에 그의 괴물은 우주공간에 있지 않다. 어마어마하지도 않다. “언젠가 서커스단의 코끼리가 탈출해 서울의 한 식당에 들어가 의자를 부수고 김치통을 뒤집고 했을 때의 그 어이없고 섬뜩한 느낌을 가져왔다”고 했다. 승합차 크기 정도로 한강 둔치 주차장을 뛰어다닌다. ‘킹콩’의 킹콩처럼 주인공도 아니다.

캐릭터의 하나로 과학자나 슈퍼 영웅이 아닌 힘없고 평범한 가족과 사투를 벌인다. 리얼리티가 있는 괴물이니 신비주의로 애써 감출 필요도 없다. 예고편에서부터 괴물을 보여줄 생각이다. 디자인에만 1년 넘게 걸려 만든 괴물은 물고기와 양서류가 뒤섞인 돌연변이로 ‘해리포터와 불의 잔’ ‘반지의 제왕’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미국 오퍼니지, 뉴질랜드의 에타 워크샵이 드라마 요구에 맞춰 움직임까지 창조해 냈다.

괴물영화는 봉 감독의 오랜 꿈이었다. “고교시절이었다. 한강변 아파트에서 우연히 잠실대교 교각에 괴생물체가 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물론 헛것이지만 충격이었다. 네시 같은 게 한강에 있다고 상상하니 짜릿했다. 이미 영화감독 되고 싶었던 시절이기에 ‘나중에 진짜 감독 되면 만들어야지’ 생각했다.

물론 유치한 판타지 SF였다. 그 아이디어를 ‘괴물체를 제외하고 시대나 공간 등 모든 것을 아주 현실적으로 풀어보자’고 바꾸면서 ‘괴물’은 시작됐다. 2001년 ‘살인의 추억’을 준비하면서였다. 그때부터 아이와 유람선을 타면서도 사전 헌팅 삼아 한강의 사진을 찍었다.”

‘괴물’에서 괴물은 어떤 존재인가. 봉 감독은 “예기치 못한 재앙”이라고 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한국 사회적이다. 우리 근ㆍ현대사만큼 어처구니 없는, 괴물보다 초현실적인 재앙이 많은 경우도 드물다. 어느날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내려앉고, 지하철이 재로 변해 수 백 명이 죽었다. 여기에 비하면 ‘괴물’은 온건하다.

SF도 아니다. ‘괴물’은 이런 한국적 재앙을 미국적 장르 판타지에 밀어 넣지않고 박강두(송강호) 가족이란 현실과 부딪치게 했다. 그들은 한강 둔치의 매점에서 손님의 오징어 굽다가, 컵 라면에 물 얼마나 부을까 고민하다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

그의 얘기대로라면 두 시간 동안 괴성이나 지르고 깨부수는 ‘깡통’ 영화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괴물에 초점을 맞추면 신나는 괴물소동이 되겠지만, 그에 맞서 싸우는 박강두(송강호) 가족을 중심으로 보면 영화적 흥분 속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 오늘 우리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왜 똑같이 싸워도, 그들은 힘들게 싸울 수 밖에 없는가. 왜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가. 우리사회가 진정 약자를 도와준 적이 있는가. 맞아, 비슷한 위치에 있는 나도 몇 년 전 저런 곤경에 처했었어” 같은 것들이다. 그러고 보니 ‘괴물’은 ‘플란다스의 개’와도 맞닿아있다. 그냥 멍멍이 대소동 같지만, 그 속에서 순수함을 얻는 사람(배두나)과 잃는 사람(이성재)를 대비시킨 것처럼.

1월8일 주무대인 한강에서의 촬영을 끝낸 ‘괴물’은 7월 개봉을 위해 후반작업중이다. 순제작비 100억원. 40여억원이 컴퓨터그래픽작업에 들어갔고, 일본에서 44억원을 투자 받았다고는 하지만 ‘살인의 추억’ ㎈릿?두 배나 많은 돈이다.

“장르 특성상 제작비 부담은 어쩔 수 없지만, 방만한 블록버스터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많이 준비하고 효율적으로 찍었다. 감독으로서 돈을 추구하지는 않아도 돈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흥행을 위해 내가 찍고 싶은 것이나 이미지 창조까지 타협하지는 않았다.”

지난 1월 조사에서 ‘괴물’은 영화제작자들과 네티즌에 의해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유가 처음 모두가 어이없어 해 하던 것과 똑 같다는 것이다. “괴물이 한강에 나타나는 영화가 나온다고. 그런데, 어, 뭐야, ‘살인의 추억’을 만든 감독이 네. 어떻게 될까. 진짜 궁금하네.” 이런 궁금증은 아마 거꾸로 실화의 틈새에 상상력을 집어넣어 짜릿한 상승효과를 주었던 ‘살인의 추억’에 대한 우리의 추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3편)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이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40대 초반까지는 상상이나 스타일을 구속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지금보다는 조금 빨리 움직여 2년에 한편씩은 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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