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일째다. 오후 1시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 스타들의 모습이 보인 것이. 첫날 배우 안성기를 시작으로 박중훈 장동건 최민식 강혜정 전도연 문소리 이준기 등 내로라는 스타들이 나타났다.
그때마다 그곳에서는 한바탕 홍역이 치러진다. 장동건은 한꺼번에 2,000명이나 몰려든 인파로 3분 만에 장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옮겼고, ‘왕의 남자’의 배우 이준기 역시 최근 인기를 반영하듯 1,000여명의 팬들로 몸살을 앓았다.
스타들은 ‘스크린쿼터축소반대’의 여론조성을 위해 나름대로 애 쓰는 모습을 보였다. 장동건과 이준기는 자신이 주연한 영화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를 넣은 재치 있는 구호를 외쳤고, 최민식은 훈장까지 반납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몰려든 팬들 역시 스타들의 구호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잠시라도 놓치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특히 인터넷 매체들은 연일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에 바쁘다.
이만하면 영화계로서는 1인 시위의 목적인 여론의 관심 끌기 효과를 충분히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연일 높은 관심을 가져준 언론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14일 시위현장에서 만난 한 영화인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다분히 흥미 위주 보도와 악의적 추측, 본질은 외면한 채 가십에 집착하는 보도를 못마땅해 했다. “진정성은 외면하고 1인 시위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취급하고 있다. 인기 배우가 거리에 나왔으니 좋은 구경거리가 아니냐는 식이다.”
그 예로 모 지상파 TV의 장동건 1인 시위 때의 보도내용을 들었다. 배우의 주장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았고, “스크린쿼터가 뭔지는 몰라도 장동건 오빠가 지지하면 나도 지지해요”라는 인터뷰로 팬들의 지지 역시 아무런 의식이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배우들의 1인 시위를 ‘자발적이 아니라 강제 동원의 쇼’ ‘배우들의 얄팍한 감성과 연기’라고까지 악의적으로 왜곡한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역시 언론이 정부가 이미 짜놓은 ‘영화계의 집단이기주의’ 시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대하는 쪽보다는 축소를 결정한 정부에 집요하게 그 이유와 목적을 물어봐야 한다. 언론이 모두 다 아는 척 하지만, 아는 게 없다. 우리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조차 구해 보지 않고 국가에 이익이 되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은 무조건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고 보니 당장 우리사회의 일자리가 몇 만개 늘고 하는 보도만 난무하지, 그가 말하는 2010년이면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결국 흑자로 돌아선다는 보도는 못 본 것 같다. 하긴 미국이 어떤 나라인데, 손해를 보겠는가. 스크린쿼터축소와 FTA에 관한 한 언론까지 이제는 한쪽 눈을 감아버린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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