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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환銀 인수경쟁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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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환銀 인수경쟁 과열

입력
2006.02.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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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합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을텐데…”

13일 만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한숨과 함께 이런 말을 내뱉었다.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이미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전쟁’을 시작한 뒤지만 그의 말에는 여전히 ‘지금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우려가 섞여 있었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검찰 수사와 국회 조사 등으로 압박 당하는 상황에서 공연히 두 은행이 미리 사겠다고 나서 가격만 올려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최근 ‘관망’ 입장을 바꿔 실사에 참여한 것은 국민은행의 선수에 따라 나선 측면이 크다는 설명도 따랐다.

먼저 치고 나선 국민은행 측은 말을 아끼는 중이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는 14일 “우리도 바보는 아니다. 하나 측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귀띔했다. 다 계산이 있어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생사를 걸고 인수합병(M&A) 경쟁에 뛰어든 당사자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뒤끝은 여전히 개운찮다.

론스타가 3년 전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인 가격은 1조4,000억원. 지금 되팔겠다는 가격은 4조6,000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의 예금과 대출을 발판으로 불린 몸값을 고스란히 외국 투자펀드에 내주는 셈이다. 되사도 바가지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두 은행의 모습은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둘 다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최대 이익이란 사실을 알지만 막상 조사실에 들어가면 파트너의 배신이 두려워 결국 자백을 택한다는 것이다. 둘 다 참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내달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용식 경제산업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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