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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 창간 40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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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 창간 40돌

입력
2006.02.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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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최초의 문예 계간지인 ‘창작과 비평’이 창간 40돌을 맞았다.

1966년 1월, 28살의 유학파 청년 학자 백낙청은 창간호(66년 겨울호)에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라는 제목의 권두 논문을 싣는다. 그 글에서 그는 문학의 순수와 참여에 관한 논쟁의 지평을 개괄한 뒤, 한국 역사와 시대 상황에서의 ‘순수한 문학’ 논의의 허구성을 사뭇 공세적인 어조로 공박하며 지식인(문학인)의 메시아적 역할론을 주창한다.

“이상이 메마르고 대중의 소외와 타락이 심한 사회일수록 소수 지식인의 슬기와 양심에 모든 것이 달리게 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식인이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만나 서로의 선의를 확인하고 힘을 얻으며 창조와 저항의 자세를 새로이 할 수 있는 거점이 필요하다.”

이후 ‘창비’라는 지식인들의 거점은 70, 80년대 질곡의 시간을 강제 폐간과 복간, 숱한 필화사건 등 곡절의 고통과 저항으로 버티며 한국 사회 민주화의 실천적 담론과 문학을 생산해왔고, 구비구비 새로운 역사에 대한 전망들을 제시해왔다.

‘창비 40년’의 동력이자, 여전히 원년의 의욕을 유지하고 있는 편집인 백낙청(68ㆍ서울대 명예교수) 씨는 1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창비가 이룩한 바는 거대한 집단적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백씨 자신의 표현처럼, 지나친 겸손인 동시에 과도한 자부일수는 있지만 결코 과장은 아니다. 70년대 전성기의 2만부 판매 기록은 그렇다 쳐도, 이 인문학 위기의 시대에 1만5,000부라는 발행부수(정기 구독 9,000~1만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같은 도도한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신임 편집주간에 취임한 백영서(53)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두 가지 기억을 소개했다.

“80년 봄 서울대 인문대 담벽에 붙어있던 ‘대자보’의 기억이 그 하나입니다. 창비가 선도했던 담론과 발상들이 그 대자보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더군요. 두 번째는 최근 받은 한 중년 독자의 전화입니다. ‘나는 창비로 하여 세계관이 바뀌었는데, 내 딸은 창비를 읽지 않는다. 내 딸이 읽는 창비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서 80년 봄의 그 뜨거움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는 40주년 기념호 권두언 제목을 ‘운동성 회복으로 혁신하는 창비’라고 달았다. “70,80년대의 민주화운동처럼 제도 밖에서 투쟁하는 방식을 재현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기쇄신을 거친 진보세력이 제도 안과 밖의 활동을 연동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며, “남북의 점진적 통합과정과 연계된 총체적 개혁의 실천으로 대부분의 진보 담론들과 날카롭게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전문용어나 이론에 기댄, 현실과 동떨어진 공론(空論)이 아니라 (문학과 사회의) 현장에 밀착해 비평과 대안을 제시하는 ‘논쟁적 글쓰기’, ‘창비표(標) 글쓰기’를 구현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가을 면모를 일신한 새 편집진은 그 지향의 대강을 40주년 기념호에 담았다고 밝혔다. 분단시대가 아닌 점진적 통일시대라는 현실인식, 재야의 통일론이 국민들에게 전이되지 못하고, 진보 지식인들의 개혁논의에 분단문제가 결락된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의 내용을 전면에 내세운 기획특집 ‘6ㆍ15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도전 인터뷰’ ‘논단과 현장’ 등 신설된 코너 역시 40돌 이후 창비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세대를 넘어 널리 읽히는 문예지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의 하나다.

계간지라는 시의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성을 보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가 ‘온라인 주간 논평’ 발행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논평 및 문학ㆍ문화 칼럼 등을 올 4월부터 매주 독자들에게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또 운동의 지평을 넓히고 문학과 인문ㆍ사회 담론의 동아시아적 확산을 위해 일본어판 ‘창비’ 웹페이지를 개설하고, 내년에는 중국어판도 연다. 일본 교토(京都)의 리츠메이칸(立命館)대와 창비의 공동심포지엄 ‘동아시아로 발산되는 한국의 문화파워’(교토, 2월24~25일), 한중일 잡지 편집진 심포지엄 ‘연대의 동아시아와 잡지의 역할’(서울, 6월8~9일)도 이 같은 토론과 소통 공간의 확대를 위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세대를 이어 읽힐 이 오래된 문예계간지의 내일을 책임질 젊은 편집위원인 작가이자 평론가 이장욱(38)씨와 이남주(41) 성공회대 교수, 평론가 진정석(43)씨가 백낙청 편집인, 백영서 주간과 나란히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창작과비평’은 22일 오후6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간40주년 축하모임을 연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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