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비판이 점입가경이다. 와타나베 회장과 요미우리신문의 영향력으로 보아 단순히 지도층 인사의 고언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듯하다. 옹고집으로 소문난 고이즈미 총리의 행동양식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고이즈미 이후’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만하다.
와타나베 회장은 최근 고이즈미 총리의 역사인식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리를 비판해 왔다. 처음에는 한중 양국과의 우호ㆍ친선을 고려한 실용적 관점에서 제기된 비판인가 싶더니 이제는 사고ㆍ인식까지 문제삼는 수준이다. 이번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는 아예 고이즈미 총리의 무지와 무교양을 탓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그의 일련의 발언에서 두 가지 중요한 가능성을 본다. 우선 그가 요미우리신문의 기둥이자,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라는 점에서 앞으로 대아시아 외교 및 역사 인식 문제를 두고 일본 보수 본류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다.
다나카 가쿠에이, 다케시타 노보루,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 등이 이어온 자민당 보수 본류는 한중 양국과의 관계나 역사 문제에서만은 합리적 중도주의 노선을 띠어왔다. 고이즈미 총리 집권 이래 침묵해 온 이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조짐을 와타나베 회장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또 하나는 그런 주장이 미국을 거쳐 제기됨으로써 고이즈미 정권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야스쿠니 문제에서 미국의 ‘당사자 적격성’은 중국 못지 않다. 아직까지는 일본과 한중 양국의 갈등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는 수준이지만, 갈등이 장기화하면 미국 또한 당사자로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미 그런 징후가 있다고도 한다.
흐름이 유리하다고, 한국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조건이 성숙하는 적절한 시기를 잡아, 일본 정부가 최소한의 부담만 지고 물러날 길을 터 주는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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