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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첫金 안현수, 4년전 솔트레이크 상처 딛고 정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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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첫金 안현수, 4년전 솔트레이크 상처 딛고 정상에

입력
2006.02.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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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이 벌어졌던 2002년 2월17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아이스센터. 당시 고교생(신목고 1년)이었던 안현수(21ㆍ한체대)는 결승선을 눈앞에 둔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균형을 잃은 안톤 오노(미국)의 팔에 무릎이 걸려 넘어졌다.

몸싸움을 벌이던 리지아준(중국)과 오노의 틈을 뚫고 스퍼트 하던 안현수는 얼음판에 나뒹굴었고, 메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펜스에 부딪히며 몸을 가누지 못한 안현수는 스케이트날에 오른손을 찢겼다. 열 일곱살 소년에겐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로부터 꼭 4년 뒤 토리노 동계올림픽.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상처를 입었던 안현수의 오른손에는 태극기가 쥐어졌다. 마지막 바퀴의 곡선주로에선 발목을 잡는 선수도, 따라잡아야 할 선수도 없었다. 바로 뒤에서 대표팀 후배인 이호석(20ㆍ경희대)이 따라오고 있을 뿐이었다.

13일(한국시간)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벌어진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김동성 이후 끊겼던 남자 쇼트트랙의 ‘금맥(金脈)’이 안현수에 의해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오노는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리지아준은 멀찌감치 뒤처져 간신히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 동안 국제대회에서 75개의 메달을 따낸 안현수로선 76번째 메달을 올림픽 금메달로 장식한 셈. 안현수의 기록은 2분25초341이었고, 은메달을 거머쥔 이호석은 2분25초600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열린 4차례 월드컵에서 500m와 1,500m의 종합 1위에 오르는 등 안현수는 쇼트트랙의 최강자였지만 모든 상황이 만만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김동성의 금메달이 오노에게 ‘강탈’됐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안현수가 ‘복수극’을 펼쳐주길 기대하고 있었고, 지난해 4월엔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임 문제 때문에 선수들이 입촌을 집단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져 연습량도 충분하지 못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파벌훈련’도 쇼트트랙 선수들에겐 큰 부담이었다.

여전히 21살의 어린 대학생에 불과한 안현수는 오노와의 맞대결을 부각시키는 집요한 언론의 질문 공세에도 “나 자신과의 승부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 목표를 이뤄냈다.

안현수는 금메달을 딴 뒤 “오노와 맞붙지 못해 아쉽지만 오노 말고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았다. 오늘은 내 목표만 생각하고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안현수의 금메달로 오노와의 ‘악연’을 털게 된 김동성 MBC 해설위원은 “후배들이 잘 해줘 후련하다”고 기뻐했다.

172㎝ 63㎏의 작은 체구인 안현수는 명지초등학교 2학년때 스케이트를 시작해 명지중-신목고를 거치는 동안 각종 국내대회를 석권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지구력과 스피드가 좋아 기복이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기술적으로는 더 이상 손 댈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거친 몸싸움을 꺼리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안현수는 19일 1,000m에서 두 번째 금메달에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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