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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금실로 만들었나

입력
2006.02.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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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 교복 한 벌이 30만원이라고?”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13)을 둔 주부 정모(43ㆍ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아이가 받아온 ‘교복 구입 안내서’를 보고 기가 막혔다.

그는 “애 아버지(45)가 이번 겨울에 산 양복 값이 25만원이었는데 이보다 비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애들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인데 교복 값마저 안 도와주니 정말 버겁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 A중 2학년 최모(15)군은 체육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예 체육복 차림으로 등교한다. 한 벌뿐인 교복이 많이 낡아서다. 입학할 때 졸업하는 선배에게 물려 받은 옷이다.

기초생활 보호대상자인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최군은 한 벌에 27만원이나 하는 교복을 사달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최군은 그래도 “1주일만 참으면 다른 졸업생의 옷을 얻어 입을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지나치게 비싼 교복 값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 교복 값은 하복이 10만~20만원, 동복이 20만~30만원으로 서민들은 물론이고 중산층에게까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서울 시내 중ㆍ고교 중 98%는 교복을 입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매년 쑥쑥 크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흐뭇하기 앞서 ‘새 교복 사줘야겠네’ 싶어 지갑을 살피게 된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김모(45ㆍ경기 고양시)씨는 “교복용 와이셔츠 한 벌 값이 4만~5만원”이라며 “요즘 교복엔 무슨 금실을 박아 넣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에게도 교복은 적잖은 스트레스다. 2~3학년들이 낡아서 해지거나 몸에 맞지 않는 작은 교복을 입고 다니면 단박에 집안 사정이 들통난다.

서울 강남지역 B고 재학생 신모(18)군은 “작아진 교복 입고 다니면 ‘개털’이라며 놀림 받는다”며 “요즘 교복 업체들이 잡지와 TV에서 멋진 새 교복을 광고하는 걸 보면 은근히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결국 답답한 학부모들이 나섰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은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대기업 교복 업체 4곳(스마트ㆍ아이비ㆍ스쿨룩스ㆍ엘리트)에게 교복 원가 공개를 요구했다.

학사모 측은 “지난해 6월 법원이 ‘대기업 교복 가격이 학부모 공동구매 시보다 평균 5만8,000원 비싸니 학부모들에게 되돌려주라’고 판결했는데도 교복 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며 “광고비와 학교에 주는 리베이트를 줄이면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교복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시민단체가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아름다운재단은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새 교복을 마련해 주기 위해 이날부터 내달 중순까지 인터넷 사회봉사사이트 해피빈(happybean.naver.com)을 통해 모금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원가 공개는 시장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업계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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