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진공 스팀청소기 ‘해피박스’를 출시한 오앤씨라이프의 조철환(44) 사장은 가정주부의 편의를 위한 제품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주부들이 생활하는 데 조금이라도 편리하다면 무조건 상품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조 사장의 이런 철학은 1995년 홈쇼핑 채널인 39쇼핑(현재 CJ홈쇼핑) 상품기획 및 개발담당으로 일하면서부터 싹텄다.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한결같이 생활에 필요한 것처럼 광고하지만 히트상품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은 주부들의 눈높이에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사장은 특히 주부들의 일손을 덜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주부만족제품 성공론은 타이완에서도 그대로 적중했다.
2000년 홈쇼핑을 퇴사한 조 사장은 타이완의 한 홈쇼핑에서 2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주부를 대상으로 한 상품판매에 중점을 둔 결과 하루 5,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던 매출액을 35억 원대로 끌어올렸다.
조 사장은 “타이완 주부들의 생활습관이 한국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 우리의 홈쇼핑 시스템을 대거 적용했더니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며 “때 마침 타이완에 불어 닥친 한류열풍 덕에 주부들의 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화장품과 미용제품을 소개,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2년 한국으로 돌아온 조 사장은 늘 꿈꿔온 주부들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얼마 안돼 스팀청소기가 그의 눈에 번쩍 띄었다.
분명 좋은 상품임에 틀림없지만 조 사장 눈에는 몇 가지 단점이 보였다. 스팀청소를 하기 전, 진공청소기를 먼저 돌려야 한다는 점과 청소 즉시 물기가 제거되지 않는 점 등이 거슬렸다. 이를 보완하면, 괜찮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그는 2년간 연구에 몰두했고 지난 해 6월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를 결합한 진공 스팀청소기를 개발했다.
진공 스팀청소기는 청소기 앞에 달린 흡입구로 먼지를 제거하는 동시에 바닥에서 스팀이 분무되면서 청소를 하는 방식이다. 또 뒤에서 뜨거운 열이 발생, 건조까지 시켜주는 일석삼조 제품이다.
은나노 항균처리된 집진통은 스팀의 습기가 배어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아준다. 먼지를 모으는 집진통의 분진필터는 물에 씻어주기만 하면 영구재생이 가능하다. 조 사장은 “청소 때마다 씻지 않으면 곰팡이가 낄 우려가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문제도 조만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이 아니다. 집먼지 및 진드기 흡입기는 이불이나 카펫에 붙은 머리카락과 진드기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고안됐다. 직물시험연구소로부터 99.7%의 흡입률을 확인하는 검증도 거쳤다. 창문틀, 레인지후드, 방충망 등을 청소해주는 틈새브러시도 아이디어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모두 특허를 얻은 상태다.
청소기의 무게는 3.3kg인데 바퀴 4개가 장착, 힘들이지 않고 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청소때 코드가 자주 꼬이는 점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 기능을 모두 갖추고도 가격은 13만원대로 부담스럽지 않다. 조 사장은 “가정에 잔잔한 행복을 전해주고 싶어 청소기의 이름도 해피박스라고 지었다”며 “이 제품을 통해 주부들이 가사노동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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