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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FTA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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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FTA경쟁 불붙었다

입력
2006.02.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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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경쟁이 불붙고 있다.

치고 나가는 한국, 긴장감 속에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한 일본, 페이스를 잃지 않고 영역을 넓혀가는 중국. 해외시장 및 외자유치를 선점하기 위한 3국의 발걸음은 올해 들어 한층 빨라지는 양상이다. 이처럼 3국이 벌이는 FTA추진 결과에 의해 향후 동북아 경제권의 판도도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13일 재정경제부 통상교섭본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FTA 가운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과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멕시코 캐나다 등과도 연내 협상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과 아세안은 이달 초 열린 회의에서 4월까지 상품자유화협정에 서명하고, 서비스ㆍ투자자유화 협정도 연내 마무리 짓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멕시코와는 FTA에 준하는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Strategic Economic Complementation Agreement)’체결을 위한 첫 협상을 지난 7~9일 가졌으며, 한-캐나다 FTA협상은 13일 4차 협상에 들어갔다. 동시다발적 FTA전략인 셈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FTA를 정식으로 출범시킨 나라는 칠레 뿐이다. 3월초엔 싱가포르, 7월엔 유럽자유무역협정국(EFTA: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과 FTA가 공식발효될 예정이다.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는 “올해 싱가포르 EFTA 아세안까지 FTA가 발효된다면 금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가운데 FTA 체결국과의 교역이 10%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FTA의 절정은 역시 미국과 인도. 미국은 현존 세계 최대시장, 인도는 잠재적 최대시장이란 점에서 지금까지 중소 경제권과 추진해왔던 FTA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일본 중국보다 먼저 협상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스케줄 대로라면 미국은 내년 3월 이전, 인도도 내년 말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 만약 이 같은 일정이 지켜질 경우, 내년 말쯤 FTA협상 타결국과의 교역액은 우리나라 전체 무역의 30%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한국정부의 FTA강공 드라이브, 특히 한-미 FTA추진에 가장 긴장한 쪽은 일본이다. 지난해 11월 일-미 FTA 체결을 위한 공동성명까지 채택했던 일본 재계는 “미국이 향후 동아시아 통상전략파트너로 일본 아닌 한국을 삼을 가능성 있다”며 “미국과 FTA협상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일본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과 미국이 FTA협상개시를 선언함에 따라 2004년11월이후 중단한 한-일 FTA협상 재개의 길은 더욱 멀어지게 됐다”며 일본경제의 고립가능성을 우려했다.

지금까지 일본이 FTA를 공식 체결한 국가는 싱가포르와 멕시코 2개국뿐이다.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과도 연내 타결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동남아 및 개도국 일색이어서, 일본 내에서도 ‘방어적 통상전략’에 대한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도 기존의 FTA전략을 전면 수정, 시장잠재력이 크고 자원보유액이 많은 나라 쪽으로 초점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 “일본정부는 2010년까지 최소 15개국과 FTA체결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중”이라고 보도했다. 대상국은 중국 일본 및 중동국가들이며, 특히 인도와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공동연구를 매듭짓고 올 여름부터 FTA협상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남아 주변국 중심으로 FTA망을 구축해왔던 중국도 점차 자유무역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아세안과 FTA 정식 발효에 이어 지난 1월 파키스탄과 상품부문 선자유화협정(EHA)을 출범시켜 동남아 ‘안방시장’을 탄탄히 다진 중국은 이제 남미(7월 중국-칠레FTA발효)와 대양주(호주 뉴질랜드와 협상중) 중동국가(연내 타결목표)로 ‘외연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아직 개방 정도가 취약한 중국으로선 미국 일본 등 무역자유화의 충격이 큰 국가와의 FTA는 단기적으론 추진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공략이 가능한 시장, 자유무역의 이점이 확실히 큰 나라부터 FTA를 맺어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중국은 인도와도 FTA체결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협상개시를 선언한 한국, 곧 협상에 들어갈 일본과 함께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 원유 확보·오일머니 흡수 "중동을 노려라"

중국은 지난해 4월부터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과 FTA협상을 진행중이다. 순조롭다면 올해 안에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GCC국가들과 FTA를 적극 검토중이다. 일본정부가 2010년까지 FTA체결을 목표로 하는 15개국중에는 GCC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FTA협상목록엔 아직까지 GCC를 포함한 중동국가 이름이 없다. 소식이 없다. 협상 전단계인 ‘공동연구’나 비공식 사전협의도 진행되는 것이 없다.

중동 국가들이 주목받는 첫번째 이유는 자원확보다. 세계적으로 가열되는 자원확보전쟁국면에서 안정적 원유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넘치는 ‘오일머니’도 빼놓을 수 없는 흡입요인이다. 2005년 이후 고유가를 통해 중동지역엔 현재 달러가 넘쳐 나고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현지토목공사나 유전개발 같은 공공투자사업발주와 민간의 소비구매력이 한층 고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이 가장 적극적으로 GCC와 FTA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일본 등도 협상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산업자원부와 업계 일각에서 이들 국가와 FTA필요성을 제기한 적이 있지만 정부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미 FTA외에 다른 곳으로 눈 돌릴 여력이 없는데다, 한-중동 FTA로 원유 및 석유제품 관세가 철폐될 경우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수결함이 발생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동지역에 대한 원유의존도를 감안할 때 FTA필요성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훨씬 크다”며 “중국이 이 시장을 선점할 경우 국내기업의 수출과 건설수주 경쟁력은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 "쌀, 한미FTA서 제외돼야"

박홍수 농림부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우려되는 국내 농업분야 피해와 관련, “쌀은 반드시 (시장개방 품목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13일 200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더 논의할 필요도 없다. 축산과 과실류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도 어떤 형태로든 민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원칙’이기 때문”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국제 통상협상에서 농업은 우리가 상대국가에 희생해야 할 부분으로 인식돼 왔고, 한미 FTA협상 성패의 관건도 국내 농업분야의 개방 정도에 양국이 얼마나 합의점을 찾느냐로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한미 FTA협상 개시가 발표된 직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리처드 크라우더 농업협상 수석대표는 한국정부에 “쌀 산업에 대한 보호조처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본격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쌀을 비롯한 국내농업시장 개방 범위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농업시장 개방 문제는 미국 등 FTA 상대국과의 협상에 앞서, 국내 각 부처간 내부조율부터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농림부가 아무리 국내 농업시장을 지키고 싶어해도, 농업개방을 협상 상대방에 내놓을 ‘당근’으로 쓰고 싶어하는 다른 부처들의 압력을 이겨낼지는 미지수다. 실제 스크린쿼터제의 경우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줄곧 영화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지만, 결국 미국과의 FTA협상개시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박 장관은 “쌀 개방은 협상에서 제외된다는 농림부의 원칙에 부처간 이견은 없느냐”는 질문에 “농업 부문의 민감성을 고려해야 한다는데 대해 부처간 이견은 없다”면서도 “다만 민감성을 어느 정도 고려할 지에 대한 차이만 있다”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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