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겨울철을 맞아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를 벌이고 있는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먹이가 없어 위기에 빠진 야생동물을 방치하자니 환경단체의 반발이 두렵고 그렇다고 내놓고 먹이주기 행사를 하자니 이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농민들의 눈총이 자못 따갑기 때문이다.
경북 의성군은 최근 1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배합사료 4,000㎏을 야생동물 먹이로 뿌렸다. 이를 위해 관내 18개 읍·면사무소와 각 기관 직원들이 대거 동원됐다.
봉화군도 최근 내성천과 문수산 주실령 일대에서 고구마 감자 옥수수 350㎏을 먹이로 공급하는 한편덫올무 등을 수렵도구를 상당수 수거했다.
이날 행사에는 군청직원은 물론 야생동식물협회, 조류보호협회 회원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영양군은 300여만원을 들여 사료를 구입한 뒤 이를 산림보호요원들을 통해 수시로 야산에 뿌리고 있다.
이처럼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이 야생동물 먹이주기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농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겨울철먹이주기 행사의 최대 수혜자인 멧돼지, 고라니, 꿩등은 농사철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의성군의 경우 멧돼지나 고라니 등으로부터 입는 농작물 피해가 한해1억4,000여만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봉화나 영양지역에서도논·밭, 과수농가에서 매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경북도는 피해면적이 갈수록 늘어나자 유해 조수를 퇴치하라며 각 시·군별로 수백만원씩을 내려보내 한쪽에서는 먹이주기행사가 열리고, 다른쪽에서는 엽사들이 멧돼지를 쫓는 웃지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의성군의 한 관계자는 "겨울철 보호 조수들이 여름철 유해조수로 탈바꿈하는 것이 문제"라면서"천적이 사라져 개체수 조절이 어려운 만큼 먹이 주기와 포획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