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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펀드는 장밋빛 투자?

입력
2006.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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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과 경매업계가 증권 부동산에 이어 전망 좋은 투자처라고 띄우고 있는 ‘아트펀드’가 과연 수익성 높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트펀드는 적은 돈을 모아 수억원대에 이르는 소위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나누는 것으로, 일부에서는 올 상반기 도입도 가능하다고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작품 가격의 투명성이 확보되지않은 국내 미술시장의 특성상 섣부른 아트펀드 도입은 미술계나 투자자 모두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아트펀드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울옥션과 우리은행, K옥션과 하나은행 등이다. 양측은 국내1호 아트펀드를 먼저 출시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아트펀드 시기상조론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에 미술품 투자의 근거가 될 공신력 있는 가격지수가 없다는 점이다. 미술시장연구소 서진수 소장은 “그림에 투자하려면 코스피지수처럼 투자자들이 참고할만한 객관적인 지수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은 그림 거래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지수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이 최근 발표한 국내 유명작가 가격지수는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등 소위 블루칩 유화 작가 15명의 서울옥션 경매 출품작들만 대상으로 한 데다, 낙찰률이 20%대에 불과했던 1999년도를 기준으로 설정해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낙찰률이 낮다는 것은 경매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 소장은 “일본만 해도 매년 미술연감과 미술잡지를 통해 작가별 호당 가격이 발표되고 이것이 투자의 근거로서 권위를 갖는다”며 “경매는 물론 화랑에서 거래되는 가격정보를 체계화해 공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작품 구입후 1년이나 3년 뒤 되팔 때 구매자가 충분할지도 미지수다. 환금성이 보장되는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수집가는 한정돼있는데, 이 경우 펀드수익률은 당초 목표치를 크게 밑돌 위험이 있다.

펀드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도 걸림돌이다. 개인간 미술품 거래는 잘 노출되지 않아 과세가 매우 어렵지만 펀드는 거래가 유리알처럼 공개된다. 우리은행 PB사업단 류석윤 부부장은 “자산가라면 과세를 피해 직접 구매하지 굳이 펀드에 가입하겠느냐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환금성이 높은 블루칩 작가가 극소수인 상태에서 펀드들이 환금성 확보를 위해 해외 미술품 투자 비중을 높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는 아트펀드가 국내 미술시장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미술계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결국 검증받은 작가의 값비싼 작품만 골라 투자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블루칩 작가 작품 값은 계속 오르고 중진급 이하 작가는 외면당하는 미술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의 경우 아트펀드 운용이 활발하다지만 유명무실한 펀드도 더 많다. 최근 최고경영자가 방한한 세계적인 아트펀드인 영국의 파인아트펀드도 현재 단 한 개의 펀드상품만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150년 역사의 유럽에서조차 아트펀드 운용은 쉽지않은 것이다.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는 “금융자본이 미술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성급한 도입 보다는 작가층을 두텁게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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