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영국군들이 10대 이라크 청소년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가 12일 공개돼 ‘제2의 아부 그라이브 스캔들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국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이날 영국군들이 거리에서 붙잡은 이라크 청소년 4명을 42차례에 걸쳐 몽둥이로 때리거나 발길질 하는 장면을 폭로했다. 테이프에는 동료 병사로 보이는 촬영자가 비웃으며 “맞아, 맞아, 나쁜 녀석들” 등 욕설을 퍼붓는 음성도 담겨 있다.
붙잡힌 이라크 청소년들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영국군은 이를 무시했다. 한 영국군은 이라크인 시신을 발로 차기도 했다.
신문은 “2004년 초 영국군 주둔지인 이라크 남부에서 전 이라크 군인들이 ‘임시 정부가 봉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며 거리 시위를 벌였을 때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군 내 내부 고발자가 폭로한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비판 여론 불끄기에 나섰다. 마틴 루트리지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헌병대가 이들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책임자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AFP통신은 테이프 공개로 이라크 주둔 영국군 조기 철수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이라크 주둔 영국군 수를 8,000명에서 점차 줄이겠다고 밝혔다.
노동당 제레미 코빈 의원은 “이라크에 군대를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조기 철수’를 주장했다.
2004년 이라크 주둔 미군들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이라크 재소자들을 학대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세계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으며 미군 군사법원이 관련자 9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영국군이 이라크 포로를 학대하는 2003년 사진이 알려지면서 영국군 3명이 수감된 바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학대 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마호메트 만평으로 흥분한 무슬림들을 더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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