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고통은 장애인이 제일 잘 알죠. 불편한 몸이지만 얼마든지 봉사할 수 있습니다.”
이종원(51ㆍ사진)씨는 서울시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는 장애인기사이다. 척추 장애를 지닌 왜소한 몸으로도 4년째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핸들을 잡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도 주변 장애인들을 돕기에 앞장서는 그를 사람들은 ‘작은 거인’이라고 부른다.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1동에서 만난 이 씨는 답십리에서 마장동 사회복지관으로 뇌성마비 장애인 한 분을 안전하게 태워드렸다며 연신 싱글벙글 웃는다. “살림살이가 넉넉해야 불우한 이웃들을 돌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장애인의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지는데요.”
그가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한 것은 2003년이다. 서울시가 월급 95만원을 지급하고 일반택시 요금의 35%를 받을 수 있는 콜택시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지원했다. 세 살 때부터 허리가 옆으로 심하게 휘는 척추측만증(곱추)을 앓아온 그는 145㎝의 작은 키와 왜소한 체구 때문에 운전의 고단함을 버티지 못할 법도 하지만 그는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병원 입구에서 3층까지 몸무게 67㎏인 할아버지를 업어다 드릴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고 자랑했다.
그가 장애인을 위해서 봉사하는 일은 그 뿐 아니다. 1987년 제기1동 새마을지도자 회원에 가입한 그는 자신이 폐품을 수집해가며 생계를 잇는 형편이지만 불우한 노인과 장애인들을 도와주면서 봉사의 가치를 깨달았다.
2년 전에는 아예 자신의 2층짜리 단독주택의 절반을 떼서 중증장애인 부부의 신혼집으로 꾸며주기도 했다. 우연히 자신의 택시에 탔던 뇌성마비 1급 장애인 박모씨가 전세금이 모자라 집을 구하지 못한다는 딱한 소식을 듣고는 선뜻 1층을 리모델링해 살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이분들은 활동보조인 없이는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어요. 새벽에 저에게 전화를 걸면 1층으로 내려와서 대소변을 모두 받아주곤 해요.”
좀 꺼림칙하지 않냐는 말에 그는 “제가 보호자나 다름 없는데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어렵게 보낸 어린 시절 얘기를 들려준다. “어렸을 때는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장애인의 설움에서 벗어나려고 악착같이 기술을 배웠어요. 20세 때 고향인 경기 평택에서 무작정 상경해 금세공 기술을 배웠고, 금은방을 차리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는 택시를 이용하는 단골 고객들의 연락처도 꼼꼼히 수첩에 기록하고 있다. 매일 전화를 할 수는 없지만 가끔 문자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묻기 위해서라고 한다. 요즘에는 매일 저녁 러닝머신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나이 쉰이 넘으면서 욕심만큼 중증 장애인들을 돕지 못하게 되자 9개월 전부터 체력관리에 나섰다고 한다.
그에게 가족의 생계걱정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3월이면 장애인콜택시가 100대에서 120대로 늘어나지만 아직도 부족한 형편”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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