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사망 사건 이후 새로 부임한 이택순 경찰청장이 전ㆍ의경을 앞세우지 않는 평화적 시위 관리를 공언한 가운데 12일 처음으로 대규모 집회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집회가 열렸다.
전ㆍ의경을 앞세우지 않고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만 설치한 경찰과 법을 잘 준수한 시위대 덕분에 시위는 평화적으로 끝났다. 지난해 7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반대 집회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동우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이 직위해제됐다.
12일 집회를 앞두고 경찰과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모두 평화시위를 공언했으나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2시 범대위 회원 2,500여명(경찰 추산)이 대추분교에서 평화대행진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이들은 폴리스라인을 준수해 정해진 길을 행진하며 합법적으로 시위를 했다.
경찰도 참가자들이 대추분교에서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까지 1㎞ 구간을 행진할 때 농로에서 3~4㎙ 정도 멀찌감치 물러서 접촉을 최대한 피했다. 특히 시위진압 전ㆍ의경 56개 중대 5,600여명은 군부대 철망 쪽에만 배치됐다.
시위대는 미군기지 옆 황새울 벌판에서 풍년기원제, 영상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 문화행사를 한 뒤 오후 5시20분께 해산했다. 이 때 일부 시위대와 전ㆍ의경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 전ㆍ의경 부모모임 등 관련 단체들의 참관도 시위를 평화적으로 이끄는 데 한몫을 했다. 전ㆍ의경 부모모임 이정화(51ㆍ여) 회장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이뤄지는지 보기 위해 전ㆍ의경 부모 50여명과 함께 직접 나왔다”면서 “이번 시위를 계기로 평화시위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경찰청장은 “범대위가 평화적 시위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줬다”며 “앞으로도 시위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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