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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이 확인한 언론의 정부비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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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이 확인한 언론의 정부비판권

입력
2006.02.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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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언론의 논설과 해설의 핵심이 사실적 주장보다 의견 표명과 비평일 때는 반론보도를 요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대중 정부시절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한 보도를 왜곡된 정부 음해라고 반박한 국정홍보처의 주장을 궤변이라고 비판한 신문 사설과 해설은 반론보도 대상이 아니라고 선고한 것이다.

홍보처가 낸 소송에서 1심과 2심 재판부가 잇달아 반론보도 청구권을 인정한 것을 뒤집은 이번 판결은 언론의 정부 비판권을 폭 넓게 해석한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고 본다.

대법원은 옛 정기간행물법과 지금의 언론피해구제법이 반론보도 청구대상으로 규정한 ‘사실적 주장’과, 논설 등을 통한 의견 표명 내지 비평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에서 언론이 제3자 의견으로 내세운 사실적 주장이 실제와 다르다고 문제삼는 것은 모를까, 전체 맥락에 비춰 언론 자신의 의견 또는 비평으로 봐야 할 내용을 시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언론보도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과는 별개로, 언론의 고유기능이자 언론 자유의 핵심인 비평권은 엄격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비판적 보도는 국민의 정부 감시를 대신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에, 개인에 대한 비판과는 다른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과 상식을 확인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은 정부가 언론의 무분별한 오보와 음해에 맞선다는 명분을 앞세워 사설 칼럼 등 논평에까지 법적 대응을 일삼는 것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으로 볼만 하다.

또 언론 권력의 횡포를 막는다며 국가 권력에 의한 언론규제 강화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학자, 법률가들의 편협함을 지적한 것으로 들린다. 어떤 이념과 명분에서든 언론 자유의 본질을 제약하는 것은 국민의 권익을 스스로 손상시키고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임을 이번 판결에서 깨달아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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