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독문학자인 김광규(65) 한양대 교수가 독일 학술원이 주관하는 올해 프리드리히 군돌프 문화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학 창작상인 게오르그 뷔히너상, 프로이트 학술상과 더불어 독일 학술원이 수여하는 3대 상의 하나인 프리드리히 군돌프 문화상은 저명한 문예학자 프리드리히 군돌프(1880~1931)를 기려 1964년 제정됐다. 독일 문화의 해외 소개 및 문학 교류에 공헌한 전 세계의 문화계 인사들 중 해마다 한 사람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 상의 역대 수상자로는 재작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1997), 전 프린스턴대 교수인 빅토르 랑에(1966), 프랑스의 문예학자 클로드 다비드(1978) 등이 있으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도미오 데츠카(1982)가 있다. 시상식은 5월 10~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독일 학술원 정기총회 마지막날 열리며 1만2,500유로(한화 약 1,7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김 교수는 1970년대 이후 독일문학과 관련한 저술 및 번역 작업, 한국과 독일 문화의 교류에 힘써온 업적이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지겐대학,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독일 문학의 한국 수용’ ‘한국 현대문학’ 등을 강의했다.
특히 92년부터는 같은 학문적 길을 가고 있는 부인 정혜영(65) 한양대 교수와 함께 몇몇 문화단체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 매년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낭독회 등을 개최, 양국 작가들의 만남의 장을 만드는 등 힘겨운 노력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도 김 교수와 같은 이들의 숨은 노고가 일군 결실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12일 수상 소식을 듣고 “우리 문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 역시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 스며들 듯 아주 천천히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자신감을 갖고 느긋하고 당당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군돌프 문화상 수상은 그 노고에 한국 정부보다 독일 학술원이 먼저 응답한 것인 셈이다.
한국문단의 이른바 4ㆍ19세대에 속하는 그는 평소 모습처럼 화려한 수사나 포즈 대신 담담한 어조로 삶의 반성적 진실을 추구해온 시인이다. 75년 계간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반달곰에게’ ‘처음 만나던 때’ 등을 냈으며 오늘의작가상 김수영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대 독문학과와 독일 뮌헨대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ㆍ박사를 받고 80년부터 한양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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