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어머니)!” “축하한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11일(현지시간) 미 프로풋볼리그(NFL)의 영웅으로 돌아온 아들을 만난 김영희(59)씨는 요란한 인사 대신 “축하한다”는 짧은 말로 애틋함을 전했다.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맥도너의 자택 앞에서 NFL 슈퍼볼 최우수선수로 뽑힌 아들 하인스 워드(30)를 맞은 김씨는 조용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숱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모자의 상봉이었다.
워드는 환한 미소로 어머니의 뺨과 이마에 수차례 입을 맞추었고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 김씨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은 일이고 아들을 보니까 기쁘지”라면서도 “너무들 이러니까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워드는 “엄마와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아들을 데려오지 않았다”며 “지금부터는 엄마와 내가 우승을 기뻐하는 개인적인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내가 밥을 해줘야 되는데 몸이 아파서 준비를 못했다”며 이틀 전 목욕탕에서 넘어져 멍이 든 팔을 보여줬다. 워드는 어머니의 팔을 어루만지며 “저녁에는 둘이 밖에 나가서 짬뽕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 선물은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기념품은 없지만 돈을 많이 가지고 왔다”고 활짝 웃은 뒤 “어머니가 좋아하는 용돈을 많이많이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김씨는 품 속 아들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자 지난 세월이 떠오르는지 “옛날에는 흑인이라고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둘이 어렵게 살 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며 회한을 삭였다.
김씨는 미국 신문들이 인종차별적 어감을 갖고 있는 흑인 대신 쓰고 있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 워드를 소개한 것을 지적하면서 “나는 아직까지도 아프리칸이라는 표현이 싫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씨는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우려는 한국의 어머니에게 육아 비법을 전해달라는 주문에 “그래도 자식은 때려서 키우고, 강하게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워드는 “현재 어깨 부상으로 치료 중이지만 이 부상은 우승으로 얻은 좋은 부상”이라며 “다음 훈련 전까지 검진을 마치고 3주 후부터 팀에 합류해 봄 훈련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애틀랜타지사=황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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