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식 경영이냐, GM식 경영이냐’
2002년 10월 출범한 GM대우자동차가 GM가족이 된 지 올해로 5년째 됐지만 직원들은 아직도 정착되지 않은 GM식 기업문화 익히기에 고심하고 있다.
GM대우차는 과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강력한 오너 경영방식에서 탈피, 12명의 부사장 이상 고위 임원들로 구성된 최고 정책결정 기구인‘정책위원회(Policy Committee)’가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체제로 바뀌면서 기업문화도 크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GM대우차 직원들은 한국기업 특유의 장점인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능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과거 대우식의 일사불란한 추진력이 사라진 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입 사원들이 가장 먼저 교육 받는 것은 GM식 독특한 회의문화다. 거의 매일 평균 두 차례 이상의 팀 회의에서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씩 부서원-부서장-본부장-부문별 위원회-임원-고위경영자 회의 등 복잡한 회의절차를 통해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져 직원들은 GM의 풀 네임인 제너럴 모터스를 제너럴 미팅(General Meeting)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 동안 GM 기업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직원들도 이 같은 GM식 복잡한 회의문화에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업계간 전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의사결정이 지나칠 정도로 늦어져 신차 출시, 마케팅 등에서 신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시 타이밍이 중요한 상황에서 돌다리도 10번 이상 두드려 건너려는 GM식 의사결정에 관련 부서 실무자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중형 토스카에 대해 회사측은 2004년 하반기부터 조만간 출시된다고 했지만, 정작 신차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더 걸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GM식 회의 문화에 장점도 있다. 특정사안에 대해 관련 부서 관계자가 자주 모여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사전에 거듭 확인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결정이 나면 가속도가 붙어 오히려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토마스 슈에르 스위스아시아컨설팅 대표는“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방식을 갖추는 것과 한국식 경영방식을 버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한국 문화에 적합한 기업 양식과 GM 고유의 기업 문화를 어떻게 잘 조화하는가에 따라 합병 시너지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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