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빈 집으로 남아 있다. 일부 단지는 입주한 지 3~4개월이 지나도록 전체 가구의 60~70%가 비어 있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역전세난’까지 우려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B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750여가구 중 650여가구가 비어 있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인근 K아파트(400여가구)도 입주율이 30~40%대에 그쳐 집주인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같은 시기에 입주가 시작된 400여가구 규모의 남양주시 호평지구 H아파트도 전체 집의 70% 가량이 비어 있다. 통상 입주 3~4개월이 지나면 입주율이 80% 이상 된다.
지난해말 대규모 입주가 시작된 파주시 교하지구 D아파트도 전체 3,000여가구 중 60~70% 가량이 여전히 비어 있다. 교하지구 내 인근 J아파트 역시 빈집이 70~80%에 달한다.
빈 집이 많아지고 전세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가 하락도 나타나고 있다. 입주 초에 비해 전세가가 평균 500만~1,000만원씩 떨어진 것. 이들 단지 전세가격이 대부분 1억원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하락폭이다.
실제로 이달말 입주가 시작되는 용인시 동백지구도 서서히 전세 물량 부담이 가시화하고 있다.
H아파트 32평형 전셋값은 8,000만원선으로, 지난해 말 9,500만~1억원에 비해 1,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동백지구 입주가 가까워지면서 인근 죽전지구 전셋값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수도권에 빈 아파트가 늘고 있는 것은 연말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가 8ㆍ31 대책의 영향으로 집을 사고 팔기 어려워진 영향이 적지 않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지역의 입주율 저하 현상은 경기 지역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급증하며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로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할 상황이 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진 영향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또 최근 공급되는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애초부터 투자 목적 물량들이 많았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G공인 관계자는 “절반 이상이 빈 채로 매매나 임대로 나와 있다는 것은 아직 기반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아 교통여건이 불편한 점 등도 있겠지만 분양 당시 실수요자 보다 투자수요가 많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선영 연구원은 “최근 입주율이 저조한 아파트는 건설 경기가 활황이었던 2003년도에 분양됐던 물량들로서, 프리미엄 상승을 기대한 투자 목적으로 팔렸던 집들이 대부분”이라며 “이후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데다 교통ㆍ편의시설 등이 부족함에 따라 집주인들이 대거 매물로 내놓으면서 입주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인기지역인 판교 신도시가 3월과 8월에 분양될 예정이어서 투자자의 관심이 온통 판교에 쏠리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의 빈 아파트 적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집주인과 다른 세입자를 찾지 못해 이사조차 가지 못해 앉은뱅이 세입자가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한편 지난해 10월 4만9,495가구였던 전국 미분양주택은 11월 5만1,077가구로 늘어난 데 이어 12월엔 6만6,087가구까지 급증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주택건설 사업 및 분양의 특성상 12월의 분양 물량이 다른 달에 비해 월등히 많은 만큼 미분양 주택도 연말에 큰 폭의 증가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밝혔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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