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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김송은의 자기주도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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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김송은의 자기주도 학습

입력
2006.02.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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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걱정이 있다고 했다. 반에서 1등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아이가 너무 밉다는 것이다. 하는 짓도 얄밉고 해서 꼭 1등을 빼앗아 보고 싶은데 생각대로 잘 안 돼는 것이 요즘 최대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매니저는 학생에게 제안했다. 한 달의 시간을 두고, 그 아이가 1등을 놓치지 않는 이유 세 가지만 찾아올 것. 이유를 찾아본 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해보자고 했다.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학생은 승낙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요건은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 일이다. 그 욕망이 다른 제반의 발전을 불러온다.

하위권 학생은 그 욕망이 낮은 경우가 많고, 상위권 학생은 그 욕망이 다른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잘해보고자 하는 의욕은 높으나 그것을 위한 방법을 모르거나 잘못된 방법을 맹신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경우다.

자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기업은 업계의 모범이 되는 타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자기업의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비교는 기준을 요한다.

의미 있고, 효과적인 측정지표(benchmark)를 설정하는 일은 성장을 위해 심사숙고해야 할 1차적 과제가 된다. 측정지표를 통해 자사의 경쟁력이 비교확인 될 경우, 기업은 경쟁우위에 놓인 타기업의 노하우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범을 닮아가려는 날쌘 노력이 없다면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다.

학습에 있어서도 벤치마킹은 긴요하다. 자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모범적 지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경쟁자는 최고의 성과를 향한 도정 위의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 준다.

천재들 곁에는 뛰어난 라이벌이 존재했다. 유비의 옆에는 조조가 있었고, 유방은 항상 항우와 함께 갔다. 금영이 없는 장금이를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라이벌의 존재는 실력을 가늠하는 표지가 되어주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의 안일함을 후려치는 매서운 죽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욕망이 낮았던 학생이 하루아침에 야심가로 돌변하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학생은 자동차가 예열되듯, 서서히 공부에 맛이 들리고, 점차적으로 발전해 가는 경로를 밟게 된다.

그런데 공부에 아무 욕심이 없어 보이던 학생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 속에는 종종 건강한 라이벌이 등장하는 순간이 있다.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누군가의 유능함이 이제 공부에 관심을 쏟은 후에야 학생에게 실감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약속한 한 달이 지난 뒤, 학생은 얄미운 1등의 세 가지 비밀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그 친구가 공부를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열 가지도 넘었으며, 그 중에서 세 가지만 꼽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그 친구가 좋아지지는 않지만, 이제는 왜 그 아이가 1등을 놓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며, 학생은 그 친구가 조금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는 말을 했다. 스스로 해답을 찾아낸 것이다.

때로 최대의 라이벌은 최고의 스승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학습전문가ㆍ에듀플렉스 대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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