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패배였다. 하지만 ‘아드보카트호’의 가능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오클랜드 매카피 콜로시엄에서 열린 코스타리카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0-1로 석패했다. UAE(0-1), 덴마크(1-3)전에 이어 전지 훈련 세 번째 패배.
골 결정력과 역습 대처 능력 부족이라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결과보다 내용에 무게를 놓고 봤을 때 독일 월드컵에서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선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 백지훈(서울)과 정경호(광주)의 플레이가 활기를 띄며 주도권을 틀어 잡고 코스타리카를 거세게 몰아 붙였다. 그러나 수 차례 맞은 결정적인 찬스를 좀처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반 26분 문전 왼쪽에서 날린 백지훈의 슈팅이 수비수 맞고 오른쪽 골 포스트를 때리는 등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한국의 파상 공세에 정신을 못 차리던 코스타리카는 단 한번의 역습 찬스를 살려 선제골을 얻었다. 전반 39분 역습 상황에서 한국 문전 왼쪽으로 침투해 들어간 빅토르 누네스가 김상식(성남)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키커로 나선 사보리아가 침착하게 차 넣어 성공시켰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이후에도 일방적인 맹공을 퍼부었으나 코스타리카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코스타리카의 골문이 쉽사리 열리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후반 19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수원) 대신 박주영(서울)을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린 데 이어 후반 30분 이후 이동국(포항), 정조국(서울) 등 공격수들을 총동원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
그러나 한국 공격수들의 슈팅은 번번이 코스타리카 골문을 빗나갔다. 후반 28분 정경호의 크로스를 받은 조재진의 헤딩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는 등 불운도 계속됐다. 중앙 수비수 2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공격에 나섰지만 결국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아드보카트호’가 이날 보인 경기 내용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한국은 볼 소유권을 유지하며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만드는 등 ‘경기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했다.
공격-미드필드-수비진의 밸런스도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크로스의 정확성이 크게 개선됐고, 중앙과 측면을 이용한 다양한 공격 전술을 선보였다. 김동진(서울)-조원희(수원)의 좌우윙백과 이호(울산)-김남일의 ‘더블 볼란치’도 공수에 걸쳐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골 결정력에는 불만을 드러냈지만 “선수들이 피곤한 상태임을 감안할 때 좋은 플레이였다”며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 만족감을 표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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