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케이블텔레비전 출범을 시작으로 2002년 디지털위성방송, 2005년 DMB방송의 출현은 우리나라에서 영상콘텐츠를 전달해주는 매체의 수를 혁명적으로 확장시켜 놓았다. 자연히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저급한 프로그램의 방영은 늘어가는 추세이고 이에 따른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1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콜럼바인 고교에서의 총기난사사건, 육군 총기난사사건, 영화 ‘친구’ 모방 살인사건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폭력영상물이 강력사건의 원인이 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청소년폭력 발생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그 빈도도 성별의 차이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핵가족화, 입시 위주 교육, 학교폭력에 대한 일관된 정책 부재 등 청소년폭력의 다양한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미디어 환경을 염두에 둔다면 폭력영상물의 영향에 대해 더욱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때이다.
폭력영상물의 유해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크게 다원화된 심의구조의 일원화, 연령등급제 중심의 규제정책 개선, 사업자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를 들 수 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대한 심의구조는 현재 청소년위원회와 각 매체의 심의기관으로 다원화되어 있다. 방송은 방송위원회, 전기통신 분야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영화 음반 비디오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출판 인쇄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분산 관리되고 있다. 이것은 미디어 콘텐츠가 기술발전에 의해 통합되는 원소스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의 상황에서는 중복적이고 부적절한 관리방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총괄적으로 수행, 심의할 수 있는 청소년미디어위원회의 신설을 고려해야 하고 이에 선행해서 청소년보호를 위한 청소년미디어통합법(가칭)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연령등급제 중심의 규제 정책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일단 등급분류 연령대 기준이 매체별로 다르다. 영화나 비디오물은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18세 관람가’ 로 분류돼있고, 방송은 ‘모든 연령시청가’ ‘7세 이상 시청가’ ‘12세 이상 시청가’ ‘19세 이상 시청가’에 ‘15세 이상 시청가’는 방송사업자가 임의로 추가할 수 있게 했다.
게임은 ‘전체이용가’와 ‘18세 이용가’로 양분돼 있다. 이처럼 각각의 영상물에 대한 등급분류가 통일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각 연령대에 허용되는 폭력의 정의와 범위도 모호하다.
더욱이 등급제에 대한 청소년과 부모의 인지 및 이행 비율이 낮다는 점에서 부모의 지도를 전제로 하는 등급제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학적 폭력지수(violence index)를 개발하여 심의에 유효한 기준을 만들고 전체 매체가 공유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상물 사업자들의 청소년 보호 의무는 느슨하다. 제작자의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폭력영상물에 대한 규제는 일반적으로 자율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사전검열이 가장 유효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할 때 사후심의의 철저함과 위반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법제제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사후심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강력한 벌금제도를 마련해야할 것이며 방송사업자의 경우 재허가심사 시 청소년보호의무 수행에 대한 평가를 첨가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산업의 발전과 청소년 보호라는 대척점에서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산업ㆍ경제적 논리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 수용자 복지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면 폭력영상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형진<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상지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