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력규모 증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를 근거로 정부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곧바로 ‘작은 정부’ 또는 ‘큰 정부’로 함축되는 국정 운영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인력의 적정 규모를 논하려면 우리가 지금 어떤 여건에 있는가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 국민의정부에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행정서비스는 품질보다는 축소지향적인 접근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간 충족되지 못한 행정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성장 단계에 따라 행정서비스의 내용과 규모는 차이가 있다. 이미 복지국가를 구현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정부 인력규모의 감축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복지국가 단계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국민의 기초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행정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지금은 정부 인력규모를 축소하기보다는 적절한 규모를 유지하면서 증가하는 행정서비스 수요에 부응해 제대로 된 국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시킬 때라고 볼 수 있다.
국가공무원 총규모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민의정부 말기에 비해 4,241명이 감소했다. 하지만 철도청의 민영화로 인해 감축된 약 3만여명을 감안하면 2만5,515명이 순증한 것이다. 증가 인력의 세부내용은 교원 1만1,232명, 경찰 4,908명과 집배원, 교정, 특허심사 분야로 대국민 서비스 및 21세기 지식사회 구현 분야에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 인력규모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작은 수준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000명당 국가 공무원 수는 우리나라가 약 12명으로 영국과 일본(17명), 미국(25명), 프랑스(39명), 이탈리아(55명)에 비해서 적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주요 논거의 하나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인력이 증가하는 교원, 경찰, 복지 등은 규제와는 무관한 대민 서비스 분야이다.
단순히 국가공무원 규모의 증가와 변화만을 놓고 국정 운영방식의 적절성을 논하기는 이르다. 이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의 행정수요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좋은(better) 정부’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박중훈<한국행정연구원 기획조정실장>한국행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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