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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청계천 다음은 국토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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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청계천 다음은 국토복원이다

입력
2006.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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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사업의 완공은 지난해 우리가 경험한 국가 경사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천만 명이 넘는 인파가 청계천을 찾아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해외 언론은 특집 방송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 열기는 지금도 남아 엄동설한에도 청계천을 찾는 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계천이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맑은 물과 아름다운 조경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도심의 잿빛 공간이 생명이 살아 숨쉬는 자연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묻혀있던 시궁창이 맑은 하천이 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모두가 감동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의 대성공을 보면서 지금 우리의 국토 계획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그리고 행정복합도시 등 각종 도시개발 계획으로 전국이 들떠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수천만 평의 산천초목을 밀어내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을 계획을 남발하고 전국의 땅값은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개발에 따른 경제적 이익 때문에 지역 간 과잉 경쟁과 반목, 국론 분열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화 도시화에 국토 신음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각종 도시 만들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피폐해진 옛 고장을 되살리고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국토의 가장 큰 불균형은 농촌과 도시의 심각한 격차이다.

가난이 싫어, 더 나은 교육과 문화를 찾아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농촌은 쇠락의 길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수년 동안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 읍ㆍ면이 전국에 산재하고 버려진 마을과 학교가 계속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세기 이 땅에 저소득 산업사회가 지속되면서 생존을 위한 무모한 국토개발이 계속되어 왔고 그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다. 과거 우리는 식량 증산을 위하여 산을 깎아 논과 밭을 만들었고 하천 부지에 자갈밭을 일구었다. 또한 연료와 자원을 얻기 위하여 전국 곳곳을 광산으로 파헤쳤다.

산비탈에 만들어진 논과 밭은 약한 비에도 토사가 유실되고 많은 양의 비료가 살포되어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단위 농지면적당 가장 많은 양의 비료를 사용하는 국가로, OECD 국가의 평균치보다 10배나 많은 비료를 살포하고 있다.

또한 전국에 방치된 수백 개에 달하는 폐광산은 주변 토양과 지하수, 하류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우리의 농촌은 생계를 위하여 축산업과 같은 저소득 고오염 산업을 계속 확대해가고 있다. 그 결과 축산폐수는 현재 우리나라 하천의 최대 오염원이 되어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은 훼손된 국토를 복원하고 낙후된 옛 고장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다. 각종 도시 개발에 책정된 수십조원의 예산을 피폐해진 읍ㆍ면을 되살리는데 투자해야 한다.

가장 낙후된 군 단위를 중심으로 일군일사(一郡一社) 정책을 추진하여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선진 교육과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산비탈에 만들어진 한계농지를 산림으로 전환하고 훼손된 국토를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며, 피폐해진 농촌을 고소득 저오염 사회로 만드는 제2의 새마을 운동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피폐해진 농촌 다시 살려내야

청계천 복원의 대성공은 21세기 환경의 키워드가 재활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모든 자원을 재활용하고 국토도 재활용하는 것이다.

옛 땅을 버리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을 복원하고 재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을 청계천은 보여주고 있다. 산천초목을 불도저로 밀어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황폐화된 국토와 피폐해진 농촌을 찾아서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청계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다.

박석순<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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