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이 꿈인 전세계의 청소년 야구 선수들이 있다면 꿈을 접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메이저리그의 지나친 장삿속과 독선, 그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메이저리그간의 ‘힘겨루기’가 야구 선수들의 꿈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
IOC는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총회를 열고 2012년 런던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던 야구에 대한 재투표를 실시했으나 부결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IOC 총회에서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이 재가입 투표를 발의해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한다면 야구의 올림픽 복귀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돈이다. 지난해 7월 싱가포르 총회에서 야구의 퇴출이 결정된 이후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해야 다시 야구가 정식 종목이 될 수 있다”고 메이저리그를 압박했으나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올림픽을 위해서 시즌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거절했다.
IOC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촉구한 것은 엄청난 중계권료를 챙길 수 있다는 ‘노림수’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메이저리그측은 올림픽으로 인해 시즌이 중단될 경우 영향력과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물론 흥행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돼 이를 무시해왔다. 오히려 메이저리그는 국제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개최하는 등 독자노선을 걸었고, 이에 따라 IOC도 야구의 ‘퇴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와중에 피해를 본 것은 미국을 제외한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이다. 4차례 올림픽에서 3차례 금메달을 차지했던 쿠바 야구연맹은 “올림픽에서 뛰길 갈망하는 수백만 소년의 꿈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직접 겨냥한 것은 IOC였지만 비협조로 일관한 미국에게도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됨에 따라 한국 선수들이 누렸던 병역 면제 혜택도 줄어들어 국내 야구계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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