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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公人은 아름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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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公人은 아름다워야 한다

입력
2006.02.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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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나 장관을 비롯한 공인들에 대해서 국민이 가장 먼저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와 조직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신뢰와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요구는 어떤 시대라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처럼 분열과 갈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신뢰와 통합의 리더십은 더 필요해진다.

2001년에 미국 갤럽이 미국역사 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1위로 꼽힌 인물은 링컨이나 루스벨트 케네디가 아니라 레이건이었다. 그의 재임시절(1981~1989) 평균 지지율은 53% 정도였고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와 인종문제는 더 커졌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위엄을 되살리고 국민에게 낙관적 희망을 심어주었던 사람이다. 특히 잦은 말실수가 유머감각과 결합돼 그의 따뜻하고 정직한 리더십은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선거때 그를 찍지 않은 사람들도 그가 말하는 모습을 보면 입가에 미소를 짓더라는 실험결과도 있었다고 한다.

●신뢰와 통합의 리더십 절실

우리도 이미 해방 이래 많은 대통령과 무수한 장관을 겪어 보았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 지도자가 있었던가.

특히 참여정부 들어 등장한 공인들의 모습은 신뢰와 통합의 리더십보다 불신과 갈등의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다. 신뢰와 통합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도 실제 언행은 그 반대라는 점이 문제다. 이 세상을 보편타당하고 평범하게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려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참여정부 들어 두드러지는 공인들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뒤집고 치받고 부수고 우습게 만드는 것이었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부정과 파괴를 통해 개혁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개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유감스럽게도 그 과정에서 인심을 얻지 못했다. 정치란 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는데,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짜증나게 만들었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을 거의 강박적으로 경계하거나 외면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가리켜 남을 조소하고 조롱하는 표정이라고 지적했지만, 조소하고 조롱하는 표정이야말로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표정이다.

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지적한 것은 놀랍다. 그런데 조소와 조롱은 아무리 정당하다 해도 이를 통해 생산적 결과를 얻지 못하면 인간에 대한 경멸이나 무시에 그칠 뿐이다. 국민은 지금 정부로부터 심한 애정결핍을 느끼고 있다. 국민은 여전히 젖이 부족한데 젖줄 사람은 네게 필요한 건 젖이 아니라며 조소하고 조롱하는 표정으로 딴 곳을 보고 있다.

황우석 교수는 순일(純一)하고 정직해 보이는 언행으로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었다. 그의 과학에 대한 열정,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은 얼마나 아름다웠으며 한 마디 한 마디는 또 얼마나 이뻤던가.

그런데 사기라니! 황 교수에 대한 실망과 상실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참여정부의 리더십에 실망한 사람들이 황우석의 리더십을 대상물(代償物)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부드럽고 정직하고 따뜻한 리더십을 황 교수는 보여 주었다. 황우석은 그렇게 아름다운 인간으로 보였던 사람이다. 아름다운 인간은 저절로 그를 믿고 따르게 만든다. 아름다움의 대표적인 구성요소는 정직함과 따뜻함이다.

●정직함과 따뜻함을 갖춰야

역사상 유명한 공직자로 조선의 명재상 황희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가 무슨 일을 했는가 하는 업적보다 더 이야기되는 것은 그가 갖췄던 신뢰와 통합의 리더십, 곧 그의 덕이다. 지금은 자칫하면 무위(無爲)나 무능으로 연결되는 덕치(德治)의 시대가 아니지만, 그가 왜 6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명재상으로 꼽히는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황희 정승도 아름다웠던 인물이다. 공직자는 그렇게 아름다워야 마땅하다. 눈 쌓인 순백의 벌판이나 붉고 장엄한 서산의 낙조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풍경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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