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요청이라니요. 그런 거 한 적 없습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최근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10일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사실무근이라는 관계자의 대답과 달리, 외환은행은 최근 들어 웨커 행장과 한 부총리와의 만남을 수 차례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외환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웨커 행장은 8일 코리아타임스 주최 세미나 행사장에서 한 부총리를 만나 인사를 나누며 ‘최근 외환은행 매각 관련 보도가 중구난방으로 나와 금융당국이 제대로 모를까 우려된다.
따로 설명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 한 부총리는 이에 대해 “…그러시죠” 정도의 인사치레로 응대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측은 한 부총리의 응대에 고무돼 행장 비서실이 나서 곧바로 부총리 비서실 쪽에 면담 가능 여부를 타진했으나 ‘일정상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
재경부 관계자도 이날 “외환은행 측이 비서실로 부총리와의 만남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은행 측은 이에 앞서도 별도의 제3자를 앞세워 행장의 부총리 면담을 시도한 적이 있어 그 때도 ‘어려우실 것 같다’는 답을 했다”고 말했다. 행장은 물론, 은행 내외부 인사도 여러 차례 행장과 부총리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안이 있는 행장의 부총리 면담 요청을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매각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수사 대상 은행장을 부총리가 만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겠느냐”며 면담불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웨커 행장으로서는 절박한 점이 있었겠지만, 공연히 무리수를 두다 체면만 상했다”며 혀를 찼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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