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투기 의혹, 국민연금 미납 등 일부 내정자의 흠결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국무위원 5명과 이택순 경찰청장을 그대로 임명하자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오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교부의 김숙 전 북미국장이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6자회담 수석대표로 발탁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 인사기준은 편의에 따라 바뀌는 고무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논란을 의식, 이날 국민연금 미납사실이 드러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위기에 놓인 이상수 노동부장관 등에 대한 해명에 적극 나섰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유 장관의 국민연금 미납은 납부 시스템 잘못에 따른 실수로 문제삼을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변호했고 “이 장관의 선거법 기소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장관의 경우 1999년7월 이후 13개월의 국민연금 미납은 실수라 하더라도 2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미납 뿐 아니라 시간강사인 부인의 2년간 국민연금 미납도 방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유 장관이 자신의 발탁 명분인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할 때 국민들이나 야당의 협조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노동부장관도 ‘뜨거운 감자’다.
청와대는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의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장관 내정을 강행, 검증과 판단의 한계를 노출했다.
청와대는 “당시 구두로 확인해보니 속단하기 어렵다는 검찰의 답변이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기소가 이루어질 경우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현안들을 제대로 추진하는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두 장관 외에도 다른 장관들도 위장전입 등 여러 의혹들이 있었다.
물론 이런 문제점만으로 장관 내정을 취소하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우려가 있었다면 애당초 인사청문회를 수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청문회를 하는 이상 드러난 결함들을 인사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대통령의 인사권만을 강조하는 것은 ‘폼을 잡다가 곤경에 빠진’ 아마추어리즘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김숙 전 국장의 낙마 케이스는 청와대의 인사 기준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한다.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음주운전 외 일신상의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해명하지만 군색하게 들린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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