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흑사병’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9일 긴급히 전 세계에 ‘AI 경계령’을 내렸다. WHO 전문가들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와 빈곤으로 질병에 취약한 아프리카에 AI가 확산되면 큰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농무부는 8일 카두나주(州)의 농장에서 5만 마리의 닭과 거위 등이 AI로 폐사한 데 이어 인근 카노주와 플래토주에 있는 2개 농장에서도 H5N1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1997년 홍콩에서 첫 발견된 AI는 2003년 동남아에서 대규모 발생한 데 이어 올들어 터키와 이라크, 인도네시아에서 사망자가 생기는 등 유럽과 중동 등으로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는 질병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AI 바이러스가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WHO의 AI 수석조정관 데이비드 나바로 박사는 “나이지리아에서 AI가 발견됐다면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도 이미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AI는 철새 이동에 의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유럽 철새가 겨울 추위를 피해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주요 길목이다. 또한 해외에서 AI에 감염된 닭이 나이지리아에 밀수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AI 감염자와 사망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4년에 44명의 감염자와 32명의 사망자, 2005년에는 98명의 감염자와 4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올 들어 1월에만 26명의 감염자와 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AI 전문가들은 H5N1형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인간에게 더 쉽게 전염되도록 ‘진화’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AI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잘 듣지 않는 환자마저 발견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감기 환자가 AI에 감염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것인데 다행히 이런 사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않다. AI 전문가들은 “인간 대 인간 감염이 가능한 H5N1형 바이러스 변종이 생길 경우 전 세계에서 최소 200만명부터 최고 5,000만명까지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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