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살아나고 있지만 빚을 지고 있는 서민들은 고달프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작년 10월, 12월, 올 2월 징검다리식으로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금리도 자고 나면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콜금리 인상분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작년 8월부터 5개월 여 만에 0.75%포인트 정도 인상됐다. 1억원을 빌렸다면 연간 75만원씩 부담이 추가로 늘어난 셈이다.
콜금리가 인상되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얼추 콜금리 인상분 만큼 오른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금리가 CD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돈 빌린 사람들은 콜금리 인상분을 짊어져야 한다.
작년 8월말 3.48%였던 CD금리는 9월부터 크게 오르기 시작해서 2월9일 현재 4.26%까지 육박했다. 5개월 여 만에 0.78%포인트 올랐다. 0.25%포인트씩 세 차례 오른 콜금리 인상분(0.75%포인트)를 그대로 반영한 것.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폭도 비슷하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기본금리는 6.22%로 작년 8월말 5.50%보다 0.72%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의 기본금리는 CD금리에다 은행 마진을 붙인 최고 금리이다.
우량고객이 아닌 한 6%대 금리를 적용 받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도 4.21%에서 4.92%로 0.71%포인트 뛰었다. 하나은행은 기준금리에다 주거래 고객 여부 등을 감안해 차등금리를 붙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90조원. 따라서 지난 5개월동안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이자부담은 대략 1조4,000억원 늘어난 셈이다. 예금이 많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콜금리 인상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9일 콜금리 인상 발표가 무섭게 각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0.1~0.30%포인트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은행권의 가계수신이 가계대출보다 많은 것은 틀림없지만, 예금보다 빌린 돈이 더 많은 중산층으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출금리도 이제 꼭지에 왔다는 분석이 많다. 금통위가 최소한 올 6월 이전에 추가로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없고, 하반기에도 두어 차례 이상 올리기는 힘들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승 한은 총재도 이날 “이번 인상으로 콜금리가 중립적 수준에 근접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는 확장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추가 인상은 없음을 시사했다.
동부증권 박혁수 연구원은 “CD금리는 이미 세 차례 콜금리 인상분(0.75%포인트)을 반영했다”며 “CD금리는 앞으로 다소 하락하거나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기존 대출자나 신규 대출자들이 굳이 고금리를 물며 고정금리 대출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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