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토론 주제가 된 책 제목이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학장을 지낸 조지프 S 나이 교수가 1998년에 쓴 이 책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는 구조적 원인을 분석했다.
이 책을 미리 읽은 노 대통령이 ‘책에 담긴 메시지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지침을 내림에 따라 조기숙 홍보수석이 이날 책 내용을 발제했고, 수석ㆍ보좌관들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개혁 추진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가 확대되기 보다는 오히려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놓고 그 이유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토론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책은 주로 월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 등을 겪은 미국에서의 정부 불신 풍조를 다양한 각도에서 진단한 10여편의 글을 담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64년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4분의 3이 연방정부에 대해 믿음을 표시한 반면 1995년 조사에서는 그런 국민이 4분의 1로 줄었다.
나이 교수는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전제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우선 사회적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는 상승하는 반면 개인주의적인 성향 속에서 개개인의 영역은 철저히 보장 받고 싶어하는 국민 의식을 근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민은 정부의 역할과 지출이 커지기를 바라면서도, 그에 필요한 세금을 더 내려 하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게 되고 이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 1960년대 이래 신문과 방송의 뉴스 보도가 부정적 논조로 변했고, 본질보다는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선정주의로 흐르고 있어 국민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책의 메시지와 맥이 닿아 있다. 청와대는 이 책과 토론 사실 공개를 통해 정부의 신뢰 하락이 단지 참여정부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부각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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