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소아 원형탈모증이 생긴 것 같아요.”
초등학생 박모(여ㆍ10세)양의 어머니는 몇 달 전 소아과를 찾아가 이렇게 호소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아이 정수리 부분의 머리가 동전만큼 뭉텅이로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아무리 원인을 살펴봐도 탈모 증세는 없었다. 의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양을 소아정신과로 옮겼고 그 곳에서 박양에게 내려진 병명은 ‘발모광(拔毛狂) ’이었다.
최근 성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던 발모광이 초등학생 등 소아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다. 발모광이란 방화광, 절도광 등과 같이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을 말하는 것. 이 병은 지속되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머리카락, 눈썹 등이 없어져 맨살이 드러날 때까지 습관적ㆍ지속적으로 한가닥, 한가닥씩 뽑는 것이다. 성인 중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9배 정도 많으며 남성은 다리 털, 수염 등을 뽑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서 진단 결과 박양은 같은 반 친구와의 경쟁이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평소 경쟁심이 강했던 박양이 약 4달 전 자신의 라이벌이라고 여겼던 친구가 학예회 대표로 뽑히는 것을 보고 반발감을 드러냈고 그때부터 머리 뽑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양에게 “머리를 왜 뽑았느냐”고 물어보면, “머리를 뽑은 적이 없고 왜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자신의 행동을 부정하는 증세도 보였다.
박양을 비롯한 6명의 환자를 관찰한 반건호 경희의료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발모광 증세 소아들은 대부분 스스로 머리를 뽑았다는 사실을 부인했고 낮은 자존감과 부정적 자아상 등을 보였다”며 “최근 학업 부담 등 스트레스로 인해 소아 발모광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이 경우 소아정신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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