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그룹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펴낸‘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은 1980년대 현대사 인식에 중요한 기여를 한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에 대한‘정면 도전’이라는 점에서 역사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일부 신문이‘편향된 역사 접근 바로잡기’‘좌편향 현대사 균형 잡는다’는 식의 진단을 한 것은 이 책이 의도하는 방향을 잘 보여준다. 반면 일부 언론의 ‘우편향 시각으로 역사 재인식’같은 분석은 그러한 방향의 또 다른 편향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해방전후사 전 6권 가운데 가장 파장이 컸던 첫 권이 나온 것이 1979년이니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새로 발굴된 자료도 많을 테고, 새로운 방법론도 개발됐을 것이므로 한국 현대사의 여러 문제를 본질적으로 잉태한 해방 전후 시기를 종합적으로 재고찰할 만한 때가 되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재인식’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해전사’에 대한 안티테제 던지기보다는 좀더 현대사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시도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지식인 사회의 흐름이 표면적으로는 뉴라이트 대 뉴레프트로 대별되면서도 좀더 합리적인 실사구시를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관에 대한 이념적 비판에 치중하는 것은 역사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소지가 있다.
더구나 편집진 대부분이 뉴라이트 운동에 적극적인 학자라는 점에서 엉뚱하게 역사 해석의 문제가 현실 정치권의 정체성 논란으로 비화하거나 특정 문제 해결에 자의적으로 오용될지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비판과 논쟁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좌파니 우파니 하는 식의 딱지 붙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논쟁은 포스트 포스트 모더니즘이 운위되는 21세기에 걸맞지 않다. 이번 출간을 계기로 생산적인 방식으로 현대사 논쟁이 이루어짐으로써 ‘재인식’에 이어 제3의 인식, 또 다른 인식 등등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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