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의 ‘도를 넘는 태도’에 발끈하고 나섰다. 논란은 문 의원 지역구의 당비 대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26일 문 의원의 충남 서산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것에서 비롯됐다.
문 의원은 압수수색 직후 법무부에 수사검사인 남기춘 서산지청장은 물론 정상명 검찰총장의 가족사항, 병역, 재산 명세 등 100여건의 자료를 요청했다. 남 지청장이 수사했던 현대 비자금 사건의 수사진행 보고서도 포함돼 있었다.
8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 총장과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의 관련 의혹, 정 총장이 군 복무 중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처음엔 무시하던 검찰도 공세가 계속되자 문 의원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검사들은 “국회의원이 할 일이 그렇게 없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검찰은 9일 오후 공식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는 의원의 권한이라고 치부하더라도, 터무니 없는 의혹 제기로 조직의 수장을 흠집내려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총장은 문 의원의 의혹 제기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이 너무 화가 나서 쏟아낸 거친 발언을 순한 표현으로 바꾸는 데 애를 먹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는 으레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기 일쑤다. 당사자들이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정치 쟁점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검찰이 ‘함부로’ 여당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법에 의한 정당한 압수수색에 분풀이식 대응을 하는 것은 문 의원이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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