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훈장 파티를 벌이며 자화자찬하던 8ㆍ31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산되자 정부 여당은 재건축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의 대폭 강화와 함께 신도시 개발로 물량을 대량공급하는 내용의 8ㆍ31 대책은 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종합대책이다.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는 과표적용율을 매년 인상하여 2009년에는 100%로 현실화하고, 과세방법도 세대별 합산으로 전환하고, 기준금액도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된다.
양도소득세 과세기준도 실거래가액으로 전환해 실질부담이 대폭 인상된다. 그리고 1세대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세율을 50%로 인상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이 배제된다.
‘세금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주민세를 포함하면 55%나 되는 양도소득세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매수세력의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는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제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50% 세금폭탄'도 안 먹혀
재건축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러 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투기꾼이라는 정부의 발표는 신빙성이 낮다. 재건축아파트 매수세력 중에는 미혼자녀를 둔 가정에서 자녀 명의로 단독세대를 구성하고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세법상 30세 이상이거나 소득이 있는 자녀는 결혼하지 않더라도 비과세 대상 세대를 구성할 수 있다.
양도주택이 1주택에 해당되더라도 양도가액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의 경우에는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고 나면 실효세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 세대 당 한 주택을 비과세하는 것이 물리적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주택가격에 따라 세금 혜택의 크기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재력가들은 요지에 대형아파트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세금 혜택을 얻는데 비해 빈곤층 소형주택은 오래 가지고 있어도 시세 차익이 거의 없다.
세대당 1주택씩 비과세하기 때문에 재력있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별도 세대로 구성해 주거 목적 이외의 다주택을 보유하게 된다. 또 요지의 대형아파트를 보유한 노년 가정도 세금 없는 시세차익을 더 얻기 위해 불필요하게 넓은 주택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 1주택 비과세 때문에 가격상승율이 높은 요지의 아파트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
1주택에 대한 과세 전환은 대다수 국민의 세금 부담과 연결되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를 입에 담기 싫어한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두고는 요지의 주택가격 폭등을 막을 길이 없다.
1주택 양도소득을 과세로 전환하더라도 동거가족 당 일정금액의 소득공제를 거주기간에 따라 적용함으로써 소형주택 장기보유자에게는 세금 부담이 없도록 조정할 수 있다. 과세 전환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현행 6억원의 고가주택 적용기준을 매년 1억원씩 인하해 과세 대상을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경과조치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비과세 폐지 정공법을
특정지역의 고가 아파트가 주도하는 가격 상승을 신도시 개발 등 간접적 수단으로 억제하기는 어렵다. 또 보유세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조세 부담의 합계액이 부동산의 실질소득 또는 기대소득의 50%를 초과하는 경우 소유권의 사적 효용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재건축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재산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1주택 비과세라는 금기사항을 그대로 두고는 집값 폭등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집값 상승에서 오는 이득을 적절히 과세할 수 있다면 사회적 갈등도 수그러들 것이다. 8ㆍ31 대책의 약발이 끝나가는 현 시점에서는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폐지하는 정공법이 강구돼야 한다.
이만우<고려대 경영대 교수ㆍ한국세무학회장>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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