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공모혐의로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기소된 테러리스트 자카리아스 무사위에 대한 재판이 6일 알렉산드리아 지방법원에서 시작됐으나 배심원단 선정 단계부터 파행이 이어졌다. 무사위가 작심한 듯 고성을 지르며 재판 진행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무사위는 레오니 브린케마 판사가 배심원단 후보들에게 사건 내용을 설명하려 하자 “이 법정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며 법정 변호사들에게는 “저들은 나를 위한 변호사들이 아니다”고 소리쳤다. 그는 법정 밖으로 쫓겨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도 “나는 알 카에다이고 (미국의) 적이다. 이 재판은 서커스에 불과하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 바람에 무사위는 브린케마 판사로부터 네차례나 퇴장 명령을 받아야 했다.
배심원단은 독극물 주사로 무사위를 사형에 처할지, 아니면 종신형을 선고할지 가운데 한가지만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 무사위는 이미 지난해 4월 9ㆍ11테러와 연관된 자신의 6가지 죄목에 대해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배심원단은 9ㆍ11 테러 한 달 전에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무사위가 9ㆍ11 계획을 알고도 거짓말을 했으면 사형을,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종신형을 선택하게 된다.
문제는 무사위가 종신형을 받게 되면 정보수집 및 테러 대응 능력에 대한 미 당국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진다는 점이다. 무사위측 변호사는 알 카에다가 비행기를 이용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도는 무사위 뿐만 아니라 미 당국도 알고 있었으나 이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9ㆍ11 테러를 당한 것은 무사위의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 미 당국의 무능때문이라는 얘기여서 미 당국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사형선고를 받아내야 할 처지다. 모로코 태생 프랑스 국적의 무사위는 자발적 알 카에다를 자처하면서 9ㆍ11테러가 아닌 다른 테러 감행을 위해 비행사 훈련을 받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브린케마 판사는 500명의 예비 후보 중 12명의 배심원과 6명의 배심원을 선정하는 기간으로 이례적으로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했다. 무사위의 목숨과 미 당국의 위신이 걸린 법정 공방은 다음달 6일부터 본격화한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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