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끝난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는 장관 대상의 첫 청문회라는 의미 만큼이나 숱한 과제를 남겼다.
순기능도 있었지만,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더 컸다는 지적이 다수다. 무엇보다 청문회가 여야간 정쟁으로 흘러 이전 청문회의 구태를 재현했다는 게 문제다.
장관 내정자의 가치관과 도덕성, 직무적합성 등을 공개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는 분명 의미가 있다. 청문회를 거치면서 국민이 장관 적합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많은 정보가 제공됐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정쟁 청문회’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본질적 문제인 정책 비전,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 방향 등 정책 검증은 도외시 한 채 내정자 개인 흠결 들추기(야당)와 이에 대한 무조건적 감싸기(여당)로 청문회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런 저런 이유로 여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집중된 이종석 통일부, 유시민 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더 심했다.
의원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했다.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은 “장관 검증의 제1과제는 정책 수행 능력과 현안 극복 비전을 갖고 있느냐 여부”라며 “그런데 본말이 전도돼 경력상의 사소한 하자가 있느니 없느니로 여야가 싸워 검증이 제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도 “야당의 문제제기를 정쟁으로만 볼 수 없다”면서도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따져 보는 데는 소홀했다”고 말했다.
외부 평가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인선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할 지엽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매달리면서 정작 필요한 정책검증은 크게 미흡했다”고 말했다.
청문회의 근본적 한계도 지적됐다. 청문회 후 상임위별로 ‘경과보고서’를 채택해 대통령에게 전달할 뿐 상임위의 의견이 아무런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청문회를 실시한 6개 상임위가 이날 채택한 경과보고서도 적격 또는 부적격이라는 통일된 의견 없이 청문회에서 제기된 여야의 주장을 “이런 의견도 있었고, 저런 의견도 있었다”는 식으로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요식 청문회’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국회에서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 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도리가 없는 것”이라며 “청문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헌법적 문제를 손대긴 어렵지만, 해당 상임위의 3분의2 이상 반대가 있을 경우 일정한 구속력을 갖게 하는 등 보완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날 “상임위 표결에서 반대가 더 많으면 대통령이 그 결과를 존중하도록 하는 청문회법 개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문회가 정쟁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검증 사안을 보다 객관화, 구체화하는 등의 청문회 운영규칙을 마련, 이에 근거해 청문회를 준비하고 질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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