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키가 2배로 커지면 어떻게 될까. 닮은꼴 법칙에 따르면 몸무게는 8배(부피는 2의 3제곱)가 된다. 몸을 지탱하는 것은 뼈(일부 근육도 있겠지만)이고, 뼈가 견딜 수 있는 하중(荷重)은 그 단면적(2의 2제곱)에 비례한다.
4배로 강해진 뼈가 8배로 늘어난 몸을 지탱해야 한다. 뼈에 2배의 부담이 얹히게 된다. 지구에서 사라진 공룡은 뼈대가 특히 발달했다. 두 발로 다닌 최대의 공룡 암모사우루스(Ammosaurusㆍ키 10m, 몸무게 20톤 이상 추정)는 넓지 않은 보폭으로 척행(蹠行ㆍ발바닥 전체로 쿵쿵거리며 걷는 것)할 수 밖에 없었다.
■키가 반으로 작아지면 이번엔 먹는 게 문제다. 위(胃)가 8분의 1로 줄어든다. 위가 만들어야 하는 칼로리는 어떤가. 열 소모량은 체표면에 비례한다(일부 체내 소모 열량도 있겠지만).
키가 반이 되면 체표면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12.5% 크기의 위로 25%의 소모열량을 감당해야 한다. 하루에 최소한 여섯 번은 위를 채워야 할 것이다. 갓난아이들에게 거의 하루종일 젖을 물리고, 여섯 번(?) 이상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울지 않는 것은 그러한 이유인 듯 하다. 몸집이 작은 동물일수록 대부분의 시간을 먹는 데 쓰는 것 같다.
■중간이 낫다는 인식을 학문의 역사에 기록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다. 현실주의자였던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그것을 덕(virtueㆍ德)이라 했다. “덕이란 양 극단(extremes) 사이의 중간(the Middle state)이다.
중간을 목표로 하려면 먼저 양 극단에서 멀어져야 한다. 중간을 찾는 것이 어려우므로 차선책으로 나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취하면 된다.” 고대 그리스의 극단적 양대 도시국가인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차례로 망한 직후였다. 중국에서 춘추시대가 끝나면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종합으로 ‘중용(中庸)’이 나온 상황과 비슷하다.
■상상으로 돌아가면, 활동하고 먹고 사는 데 가장 알맞은 사람의 규모는 지금의 크기일 것이다. 하나님이 이런 점을 모두 계산해 이만하게 만들었을 것이다(달리 설명하면 지구 중력과 기후에 가장 알맞게 진화하다 보니 지금 크기가 되었을 것이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것, 중간이라는 말이다.
연역적 창조든 귀납적 진화든 양 극단은 존재하기 어려우며, 인류의 덕을 위해 가장 먼저 멀어져야 할 것들이다. 큰 정부니 작은 정부니, 세금을 많이 걷자느니 적게 걷자느니 하는 싸움을 보면서 좀 희한한 상상이 들었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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