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할머니’ 고(故) 이복순씨로부터 재산을 기증받은 후 건립한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의 이름을 개명하려는 충남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나름대로 이유가 없진 않겠지만 내막을 들여다볼수록 대학측의 주장이 궁색하기만 하다.
충남대가 내세운 개명추진 이유는 IMF 외환 위기 여파로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김밥 할머니의 기부금이 건물 건립비로는 많이 충당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주변에 국제교류원 언어교육원 등이 신축돼 국제화단지로 묶기 위해 이름을 표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로비 동판에 새겨진 글을 읽는 순간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0년 7월 준공 직전 명칭 논란을 거친 후 충남대는 “이복순 여사의 숭고한 뜻이 회관 이름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 명칭 공모를 거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으로 개명하게 되었다”며 개명 이유와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이 때문에 6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정심화라는 이름을 떼려는 이유에 대해 이런 저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새 건물을 지으면서 거액을 기부한 사람들과 형평성을 맞추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할머니가 독실한 불교 신자이고 정심화가 불교식 법명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를 믿는 학교 고위 인사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충남대측의 오락가락하고 신중하지 못한 태도가 오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학교측의 설명대로 공모까지 거쳐 붙인 이름을 상황이 달라졌다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기부자의 참뜻을 짓밟는 처사와 다름이 없다. 15년 전 전재산을 들고 찾아왔던 김밥 할머니의 아름다운 손길 앞에 깊이 머리를 숙였던 충남대가 초심을 버린 것 같다.
사회부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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