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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주식회사 이영애'와 스타 이름값

입력
2006.02.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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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정부는 최근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의 경우 개봉 첫 2주 동안 관람료를 7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기묘한 정책 결정을 내렸다. 간단히 말해 영화 관람료를 스타의 이름값과 연계시킨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이 정책을 적용하면 장동건 이병헌 등 톱스타가 나오는 영화의 경우 관람료가 7,000원에서 1만2,250원으로 수직 상승한다.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스타가 출연한 영화에 더 많은 관람료를 내는 것은 자유시장 원칙에 부합한다”는 말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어디 영화가 스타 배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감초 같은 조연의 연기가 있어야 스타 배우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감독의 빼어난 연출에 스태프들의 피와 땀이 섞여야만 스타는 비로소 배우로서 빛을 발하게 된다.

인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타는 영화관람료를 올리고 다시 영화관람료는 스타의 몸값을 올리는 악순환의 구조가 되풀이될 것이라거나, 영화의 경쟁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배우가 관람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면, 국내 스타들은 주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영화사나 매니지먼트사는 배우 캐스팅이나 스타의 소속사 변동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스타 배우의 움직임에 주가가 출렁이는 것은 우리 영화계가 그만큼 산업화 단계를 밟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는 스타 파워에 휘둘리는 영화계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부작용과 잡음도 적지 않다. 하지원은 최근 한 DVD회사의 주가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한 코스닥 상장기업은 “‘주식회사 이영애’에 66%의 지분을 투자한다”고 잘못 공시했다가 법정싸움에 휘말리기도 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많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스타를 앞세워 ‘머니 게임’에만 전념하고 콘텐트 개발은 등한시 한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스타는 문화산업의 중추다. 스타와 돈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자본주의의 법칙이다. 그러나 스타가 모든 문화 콘텐트를 만들 수는 없다. ‘주식회사 이영애’ 공방은 진실 여부를 떠나 스타는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곱씹어보게 만드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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