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을 내다팔기만 해 지수 하락의 주범이라는 핀잔을 들었던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차츰 약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기관의 매매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과 아직 기조전환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기관은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17일 이후 전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 코스닥 시장에서 5,530억원 대를 순수하게 내다팔았다. 펀드 환매에 대비한 수익률 지키기, 롯데쇼핑과 미래에셋증권 물량 확보를 위한 현금 보유 차원의 매도에다 잇따른 손절매로 인한 매도 규모 확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던 기관이 7일 219억원의 소폭 순매수를 기록한데 이어, 8일의 하락장에서도 매도폭을 최소화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 특히 투신권은 6일 1,200억원 대의 비교적 큰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사흘 동안 지속적으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무엇보다 주가의 추가 하락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관의 ‘돈줄’인 주식형펀드가 우려 만큼 줄지 않은데다, 최근 계속된 매도와 주식형펀드에 대한 신규 자금유입 등으로 보유 ‘실탄’, 즉 매수여력이 강화된 것도 기관의 ‘사자’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롯데쇼핑 상장과 15일 미래에셋증권 상장이 일단락되면 기관의 매수여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기관이 서서히 매수 기조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심재엽 연구원은 “롯데쇼핑을 비롯한 대형 신규 상장주 공모주 청약이 마감되는 등 기관과 프로그램이 점차 매수주체로 나설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며 “옵션만기일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나는 이번 주말부터는 기관의 수급 에너지가 다시 모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연구원은 또, “국민연금이 코스닥 종목에 특화하는 전용펀드를 설립할 경우 코스닥에서의 연기금 매도세도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증권 이경수 연구원도 “프로그램 매매상의 차익거래를 제외할 경우 투신권은 6일과 7일 사실상 4,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며 “조정 국면을 야기한 핵심 원인이 기관 매도 중심의 ‘꼬인’ 수급 구도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기관의 매매 기조 전환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환율 유가 해외증시 등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코스닥에서의 순매도는 진정 기미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관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무려 16거래일 연속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기관 매수세가 조금씩 유입되고는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아직 기관의 매수세가 기조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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