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잘 받는 거라면 국가대표급 선수들인데 그것만으로 경쟁이 될까요?”
해외 명문대 예비 입학생들의 이색적인 교과외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성적과 특기자 위주 선발의 우리 대학 입시에선 찾아보기 쉽지 않은 모습들이다.
신상현(19ㆍ한영외고)군은 2004년 여름방학 때 우연한 기회에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암호학 개론’ 특강을 듣게 되었다.
수학의 정수론적 개념을 이용한 암호 해독 방법에 푹 빠져든 신군은 귀국하자마자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의 자문까지 받은 끝에 50페이지 분량의 미니 암호학 책을 펴냈다.
국제 금융전문가가 꿈인 신군은 미국 펜실베니아대에 합격해 9월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2005년 스위스 국제청소년물리탐구토론대회(IYPT)에서 동상을 받은 노지호(19ㆍ민족사관고)군도 ‘공부만 아는 학생’소리를 듣기엔 서러울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영국 캠브리지대 입학 예정인 노 군은 1,2학년 시절 강원 원주시 ‘소쩍새 마을’과 충북 음성군 ‘꽃동네’로 한 달이 멀다 하고 봉사 활동을 다녔다.
2003년과 2004년 강원도민 체전에서는 야구선수로 뛰기도 했다. 3학년 때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세계미래지도자회의(WLC)’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이성원(19ㆍ대원외고)군은 지난해 7월 국민대 체육관에서 지체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농구대회를 열었다. 2003년 형 재원(미국 노스웨스턴대 2학년)군과 친구 2명이 처음 만든 대회였다. 교내 힙합 동아리 멤버이기도 한 이 군은 자선 공연과 바자회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교과외 활동이 다양하고 활발해져 가는 것은 해외 대학 진학시 클럽 활동이나 봉사 활동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과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가 중요 요소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점수대의 학생이 몰릴 경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S 유학시험전문학원 김희정 부원장은 “SAT 만점자도 떨어지는 판에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항목은 에세이와 교과외 활동 이력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과거보다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정신적으로 거리낌 없이 자란 신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영외고 유학반 김보영 지도교사는 “지진해일 피해 현장이나 아프리카 기아 현장에 직접 가 난민을 돕는 학생들도 있는 만큼 단순히 ‘점수’를 의식한 행동으로 여길 수 만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입시의 경우 특기자 전형이 특정과목의 성적 우수자 전형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봉사 활동 등 비교과 영역 기재에 대한 대학ㆍ학생ㆍ고교 교사 등의 불신도 만만치 않아 이와 대비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 입시에서도 학생부에 다양한 교과외 활동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으나 정작 당락에 끼치는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아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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