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복지부장관 내정자가 7일 인사청문회장에서 보여준 태도는 평소와 180도 달랐다.
이날만큼은 악명 높은 독설과 조롱, 표독스러운 표정을 일절 거두고 몸을 바싹 낮추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에도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유 내정자는 이날 공무원의 대표적 헤어 스타일인 ‘2대 8’ 가르마에 얼굴 화장까지 하는 등 몰려든 수백대의 카메라를 잔뜩 의식했다. 물론 미간 사이에 간간히 신경질적 주름이 패는 것까진 숨기진 못했다.
유 내정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진 사퇴 요구에 대해 독설로 받아치는 대신“복지위원들 다수가 안 된다고 하면 (장관을) 안 하는 게 맞지 않겠나”고 수그렸다.
그는 “의원님들이 의견을 내면 수용하겠다”며 “언론 보도를 보니 (나를) 잡티 투성이라고 평가했는데, 상당히 정확한 평가”라고도 했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유 내정자의 국민연금 미납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인도 부인도 안 냈는데 장관 할 수 있겠느냐”고 몰아 붙였다. 유 내정자는 “의원님 지적이 옳지만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걸 봐달라”고 피해 갔다.
“분열과 갈등의 상징인 유 내정자가 복지 분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 아닌가”라는 우리당 강기정 의원의 지적에도 “그런 걱정을 끼친 점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 의원과 강 의원 사이에 논쟁이 붙자 유 내정자가 “두 분 말씀이 다 옳다”고 점잖게 중재하기도 했다.
유 내정자는 한나라당에 대한 적대감도 애써 숨겼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등은 “한나라당 박멸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등의 유 내정자 과거 발언들을 문제 삼자, 유 내정자는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많이 반성했다”고 사과했다. 그의 기독교 비하 발언에 대해서도 “제가 지적으로 교만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한 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유 내정자가 이렇게 나오자 한나라당 의원들도 작심한 만큼 공격하진 못했다. 우리당 김선미 의원은 “(유 내정자의) 표현법이 바뀌어 당황스럽다”고 했을 정도다. 청문회장으로 몰려든 300여명의 기자와 방청객들 사이에선 “싱겁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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