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7일 미수 제도의 중장기적인 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증권주들이 재차 하락했다. 증권주는 과매도라는 인식 때문에 전날 모처럼 반등했으나 이날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이 증권사 미수거래제도 개선과 관련, “한국의 증권시장이 메이저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또 한번 무더기로 주저앉았다. 미수 규제가 증권주에 타격을 입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증권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려 쓰는 투자자금이다. 미수금 이자는 연 17% 정도로 은행 대출보다 훨씬 높은데다 0.17%인 거래 수수료까지 더해져 증권사 입장에서는 짭짤한 수익원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수 대금이 지난 1월의 일평균 2조3,470억원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경우 연간 1조4,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이 미수 거래에서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아 규제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수금 사용자가 수익을 낼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손해를 볼 경우 다른 보유주식이 자동 매도되는 ‘반대매매’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것. 또한, 미수금 사용기간이 짧아 가치 성장주에 대한 장기투자보다는 단타 매매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 제도가 당장 폐지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실제 위탁매매 점유율이 업계 선두권인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최근 “증권사들의 미수금 확대 전략이 최근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미수거래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수 규제 시기와 무관하게 심리적인 위축감 때문에 당분간 증권주들이 고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증권 구철호 연구원은 “미수금 비중이 전체 거래대금의 11%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미수금 규제는 증권업종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미수 제도를 신용거래 제도로 대체할 경우 거래대금이 5~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신영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15% 감소할 경우 삼성 대우 우리 대신 현대 키움 등 6개 증권사의 순이익 합계가 15.9%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회사별로는 위탁매매수수료 비중이 적은 삼성증권이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 데 비해 현대증권과 대신증권은 수익성 악화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생각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메리츠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매매비중은 70%를 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유동성 제약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며 “신용거래 보완 등 보완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 거래대금 감소가 수익성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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