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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 '손발 따로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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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 '손발 따로 따로'

입력
2006.02.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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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별 관심도 없는걸요.” 7일 서울 관악구 A초등학교 이모(38) 교사가 전한 ‘방과 후 학교’ 반응은 냉랭하기 그지 없다. 초등 2, 4학년 남매를 둔 학부모 정모(40ㆍ서울 강서구)씨는 대놓고 비판했다. “아이들을 상대로 또 교육실험을 하겠다는 겁니다. 사교육비가 줄기는커녕 되레 늘어날 게 뻔해요.”

학교가 사교육의 일부 기능을 맡도록 하는 ‘방과 후 학교’ 확대 시행을 놓고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시범운영을 한 지 1년도 안된 특정 교육시책에 대해 이례적으로 속전속결식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방향은 맞지만 서두를 성격이 아닌데…”라며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방과 후 학교 목매는 정부

방과 후 학교는 교육부의 이른바 ‘주력 사업’이 아니었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처음 시범학교 48곳을 지정해 운영할 정도로 걸음마 단계였다. 성과 여부에 대한 내부 판단이 내려진 적도 없다.

하지만 지난해 11월3일 노무현 대통령이 방과 후 학교 시범학교인 서울 인헌중(관악구 봉천동)을 방문한 이후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노 대통령은 “공평한 교육 기회를 주려면 (공교육에서)질 높고 비용이 적게 드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사교육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 후 방과 후 학교 확대 시행 방안 마련에 온통 매달렸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에게 방과 후 학교 확대 운영 관련 추진 상황 등을 보고했다. “방과 후 학교 지원을 취약 지역과 농산어촌 지역에 집중해 지역ㆍ계층간 교육 격차를 줄여 나감으로써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주력한다”는 게 골자였다.

사교육비 경감이었던 방과 후 학교 도입 목적에 사회 양극화 해소가 추가된 셈이다. 교육부는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현재 팀제로 되어있는 관련 부서를 과로 개편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교육계, "너무 성급하다" 한목소리

교육계는 느닷없는 방과 후 학교 확대 방침을 우려하고 있다. 시범운영 결과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여론 수렴 등의 절차를 무시한 채 교육부가 특정 시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는 상당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조 한만중 대변인은 “공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기적성교육이나 수준별 이동수업 등은 보완할 사안이 없는 지 등을 점검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방과 후 학교는 강사나 프로그램의 낮은 질, 시설 문제 등 갖가지 허점이 속출하고 있다”며 “현장의 문제점을 하나씩 고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영환 전국보습학원협의회장은 “방과 후 학교 참여로 학습량이 늘어난 아이들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밤늦게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또 찾게 돼 사교육비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계는 ‘선(先) 연구, 후(後) 확대 여부 검토’를 주문하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의 한 교수는 “방과 후 학교는 미국에서도 실패한 모델”이라며 “개별 교육시책을 확대 시행 하겠다면서 사전 연구나 여론 수렴 1차례 하지 않는 것은 졸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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