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미납한 것은 사실이나 고의로 회피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1999년 7월 직장을 그만 둔 뒤 국민연금공단의 통지가 없어 지역가입자 편입신고를 하지 못해 생긴 일이고, 이와 관련한 비난은 그래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보험이 지역가입자로 확대된 1999년 당시 지역가입자 자진신고 비율이 5%미만일 정도로 국민 인식이 극히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전문가를 자처하는 유 내정자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유 내정자가 1999년 4월 한 신문에 쓴 칼럼에서 국민연금보험 지역가입자의 소득 미신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그런 그가 막상 자신이 지역가입자 대상이 됐을 때 잘 몰라서, 혹은 공단측의 통지가 없어서 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본인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국민연금 문제를 다루는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미납문제를 방치했다는 것은 또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이 시기에 유 내정자의 아내가 대학강사로서 소득이 있었음에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국민연금보험료 미납문제 외에도 유 내정자에 대해 크고 작은 허물들이 줄줄이 들춰졌다. 잘 알려진 그의 독설과 독선적인 행태를 두고 ‘갈등과 분열의 상징처럼 여겨진다’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유 내정자는 이런 지적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장관이 되면 치우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들이 유 내정자의 이런 다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발탁하면서 내세운 국민연금 개혁의 적임자라는 근거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졌다.
국민연금제도 개혁에는 엄청난 이해상충과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의 원죄를 가지고 이런 난관들을 헤쳐나가기는 어렵다. 유 내정자와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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